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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Sep 27. 2022

별을 가슴에 묻고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듯이, 우리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들을 겪게 마련이다. 잠시 왔다가는 인연도 있고, 어느 정도 함께하는 인연도 있으며,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인연도 있지만, 아픔과 슬픔을 주고 떠나는 인연도 있다. 그런 인연들은 모두 나의 삶과 연관되어 있으니 어찌 보면 한결같이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이순원의 <은비령>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소중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까 얘기한 영원의 시간에 비하면 아주 보잘것없지만 인간에겐 또 인간의 시간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행성이 자기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돌아오는 공전 주기를 가지고 있듯 우리가 사는 세상일도 그런 질서와 정해진 주기를 가지고 있듯 우리가 사는 세상일은 모두 2천 5백만 년을 한 주기로 되풀이해서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2천 5백만 년이 될 때마다 다시 원상의 주기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2천 5백만 년이 지나면 그때 우리는 윤회의 윤회를 거듭하다 다시 지금과 똑같이 이렇게 여기에 모여 우리 곁으로 온 별을 쳐다보며 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겁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길에서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 다시 만나게 되고, 겪었던 일을 다 다시 겪게 되고, 또 여기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을 다시 겪게 되는 거죠.”


  소중했지만 떠나간 인연을 이생에서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 아니면 그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또다른 시간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그러한 또 다른 세계를 우리가 인식을 못하기에 그러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마는 것일까? 


  이유야 어떻든 나에게 소중했던 인연이라면 다음 생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비록 그런 해후가 불가능하더라고 그런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소중한 인연이 존재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 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으로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우주 속으로 고요히 흘러갔다.”


  소중했기에 오래도록 나의 옆에 머무를 것이라 생각했건만 불현듯 떠나버린다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 하루하루 매일같이 떠나간 그 별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을 것이다. 별인 줄 알았건만 바람꽃처럼 잠시 머무르다 우주 속으로 흘러갔기에 얼마나 허무하고 안타까울까?


  우리는 소중한 별을 가슴에 묻고 그렇게 이 생을 살아가야 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나에게 소중했던 그 아름다운 별을 그 언젠간, 다음 생에서라도, 다음 생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그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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