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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Oct 03. 2022

저승까지 간 사랑

오르페우스는 어머니인 칼리오페에게 시와 노래를 배웠습니다. 또한 그는 음악의 신 아폴론에게 리라 연주를 배워 뛰어난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아내는 물의 님프인 에우리디케였습니다.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산책을 하던 중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도망치다가 뱀에 물려 죽고 맙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죽자 오래도록 슬픔에 잠긴 채 그녀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에우리디케를 찾아 저승으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오르페우스는 구슬픈 노래와 리라 연주로 저승이 신들마저 감동을 시켰고, 그들로부터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다시 이승으로 데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붙었는데,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의 뒤를 따라가야 하고, 오르페우스는 절대로 에우리디케를 향해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승에서 이승으로의 어두운 여정이 다 끝나갈 때쯤 지상에서 한 줄기 빛이 비치자 오르페우스는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에우리디케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에 오르페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다보았고, 이로 인해 에우리디케는 그만 정령이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르페우스가 깜짝 놀라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저승의 문은 이미 닫혀 버렸고, 더 이상 에우리디케를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지상으로 돌아온 오르페우스는 커다란 절망 속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승에서 혼자가 된 오르페우스는 다른 여인과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고향인 크리키아의 여인들이 오르페우스와 친해지려 하였지만, 이를 거절하자 여인들로부터 저주를 받아 죽게 되고 맙니다. 오르페우스는 죽어 밤하늘의 거문고자리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음악가 크리스토프 글루크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바탕으로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작곡합니다. 이 오페라의 결말은 신화의 내용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랑의 신 아모르가 지고지순한 오르페우스의 사랑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에우리디케를 살려 줍니다. 그리하여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다시 이승에서 해후하여 못다 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아모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사랑의 힘을 의심하지 마라. 나는 이 음습한 곳에서 너희를 데리고 나갈 것이다. 이제부터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라.”


  오르페우스는 자기 자신보다는 에우리디케를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승을 마다하고 저승까지 갔고, 그마저 여의지 않자 그저 에우리디케를 그리워하기만 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어떻게 그러한 사랑을 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 자신보다 에우리디케를 더 많이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상대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사랑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우선인 것이 우리 대부분의 모습일 것입니다.


  오르페우스와 같은 사랑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상대보다 자신을 더 먼저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입장보다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그 사람의 형편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처지를 더 염려하고, 그 사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나 자신이 모든 기준이 되는 이상 오르페우스와 같은 사랑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 중심의 사랑으로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와 같은 사랑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s://youtu.be/PK6nh3a0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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