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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Oct 05. 2022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고전 물리학에 의하면 세상은 독립적인 상태를 가진 여러 조각으로 나뉜다. 고전역학이 설명하는 지구는 지구 나름대로 특정 위치에서 특정 속도로 태양 주위를 운동하고 금성은 금성 나름대로 고유의 위치와 속도를 가지고 운동한다.


  하지만 양자 역학에 의하면 지구의 파동 함수와 금성의 파동 함수가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파동 함수는 우주 전체에 적용되는 단 하나만 존재한다. 이를 흔히 ‘우주의 파동 함수’라고 부른다.


  파동 함수는 소위 입자의 위치와 같은 하나의 항목에 대해 나올 수 있는 모든 예상 측정값에 숫자를 매긴 것이다. 숫자가 클수록 그 측정값이 나올 확률이 크다. 이 확률은 파동 함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이것이 바로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이 알아낸 보른의 규칙이다. 막스 보른은 이 해석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우주의 파동 함수는 우주 공간에서 어떤 물체의 가능한 분포의 선택 각각에 숫자를 매긴다. 예를 들어 ‘지구는 여기에 있고, 금성은 저기에 있다’라는 선택지에 한 값을, ‘지구는 저기에 있고 금성은 여기에 있다’라는 선택지에 다른 값을 매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구의 상태가 금성의 상태와 얽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원소와 같이 아주 작은 입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얽힘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두 입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중 하나는 시계 방향으로 다른 하나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이때 우주의 파동 함수는 A가 시계 방향으로 B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선택지에 50%의 확률을 할당하고, 반대로 A가 반시계 방향으로 B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선택지에 50%의 확률을 할당할 수 있다. 실제 입자의 회전을 측정하면 둘 중 어느 답이 나올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단지 한 입자의 측정 결과가 나온 다음에는 나머지 입자의 회전 방향이 그 반대라는 것은 분명해진다. 왜냐하면 두 입자는 얽혀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물리학자였던 휴 에버렛(Hugh Everett)은 양자의 존재론은 파동 함수 하나뿐이며 오직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전개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양자 역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내가 관찰하려는 세상이 파동 함수로 설명될 뿐만 아니라 관찰자인 나 자신도 파동 함수를 따른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회전 방향이 시계 방향인지 아니면 반시계 방향인지를 확인하려고 한 입자를 관찰해도 파동 함수가 어느 한 선택지 쪽으로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입자 회전과 관찰자가 얽히고 두 선택지 시나리오가 중첩된 한 덩어리로 파동 함수가 서서히 발전한다고 한다. 따라서 함수의 한쪽은 입자가 시계 방향으로 돌고 측정을 통해 시계 방향으로 도는 입자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고 함수의 다른 한쪽은 입자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입자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두 쪽 모두 사실이며, 각각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면서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프랑스의 알랭 아스펙트(Alain Aspect), 미국의 존 클라우저 (John Clauser)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는 이러한 양자 얽힘이 물리적인 시스템에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험으로 증명하여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들의 연구는 양자 컴퓨터, 양자 네트워크, 양자 암호 통신 등의 분야로 확장되었고 앞으로도 이 분야는 더욱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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