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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인 마음여행자 Mar 18. 2019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우리모두의 성장영화

- 그렇게 부모가 된다 -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된다는 일이 참으로 녹록지 않음을 매 순간 느끼며 살고 있다. 미리 배우고 철저히 연습한 다음 부모가 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부모가 된다. 몸으로 부딪히고 깨달으며 부모 역할을 하나하나 습득해 갈 수밖에 없다. 첫아이를 키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슴 여기저기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간신히 한고비를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큰 아이와 전혀 다른 둘째 아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 뱃속에서 나온 아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게다가 형제간의 역동이라는 변수 하나가 추가되어 육아 방정식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졌다. 이래서 아이 키우는 일은 부모에게 큰 기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 떨리게 불안한 일이기도 하다. 고민과 불안이 교차하는 위태로운 선 위에 서 있는 ‘부모’는 그래서 오늘 하루도 여전히 힘에 부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버지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뒤바뀐 아이를 모티브로 하는 소재가 자칫 통속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는 결코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고급 자동차에 안락한 집, 든든한 직장 그리고 귀여운 아들과 착한 아내까지 둔 료타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장이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들 케이타가 태어난 병원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이 온다. 곧이어 6년을 키우고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케이타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는다.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에서 키운 정과 낳은 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료타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두 아빠는 긴 시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료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친아들인 류세이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길러준 아빠를 그리워한다. 어느 날 소파에서 케이타의 카메라 속 사진을 바라보고 웃음 짓던 료타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진다. 아들의 카메라 속에는 온통 료타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자고 있는 모습, 일하는 뒷모습, 발만 찍힌 모습 등. 아이 눈에 비친 사진 속 료타는 늘 자거나 일하는 모습이었다. 정면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대신 등만 보여주는 아빠, 곁을 내어 주지 않는 무심한 아빠였지만 아이는 끊임없이 아빠의 뒤를 쫓고 있었다. 케이타에게는 료타가 ‘진짜 아빠’였지만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료타는 냉정하게 아들을 떠나보냈다. 아들이 찍은 사진을 본 순간, 료타는 그동안 힘들게 유지했던 평정심을 잃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다. 
     
영화는 뒤바뀐 아이로 인해 겪는 가족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료타가 아버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란 무엇’이고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묻는다. 
     
태어날 때부터 좋은 부모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아이를 위해 좋은 행동을 연습하고 반복하면서 더 나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좋은 부모’와 ‘좋은 사람’의 길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영화 속 료타가 지난하고 힘든 시간의 터널을 지난 후에라야 비로소 ‘부모’로서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했듯이 말이다. 
     
결국 좋은 부모란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아이를 대하느냐’고 묻는 것이 좀 더 합당하지 아닐까? 일관성 있고 합리적이며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모, 성장함에 따라 양육방식을 융통성 있게 변화시키고 아이의 독립성을 키워주는 부모가 ‘좋은 부모’는 아닐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관심은 믿기 어려운 황당한 일을 겪는 부모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진정한 부모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거나 '기른 정이 낳은 정보다 크다'라는 진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지,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려고도 않는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저절로 얻게 되는 지위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의 역사, 공유한 추억, 그 속에서 단단하게 엮인 사랑임을 담담히 전한다. 미숙했던 한 ’인간‘이 성숙한 ’아버지‘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는 료타가 아버지로서 성장하는 영화, 더 나아가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성장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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