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있지 여기 주름이 깊이 패여 있어 흉터 같아 칼로 그은 것만 같다구

by 민주

하루는 애인이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나의

저릿한 미간을 검지로 쓸며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있지 여기 주름이 깊이 패여 있어

흉터 같아


칼로 그은 것만 같다구

대수롭게 않게 대답하는 내게

나이가 이만큼 들었나 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흉터를 아니 주름을 쓸더군요


장비로 광장을 쓰는 촌장처럼

시멘트로 구멍을 메꾸는 인부처럼


분명 세월의 흔적일 것이었지만

칼로 그어낸 흉터란 애인의 말에

차마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네 말이 맞아

내가 부러 낸 흉터가 맞아


왜 그런 것이냐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겠지요


네가 겅중겅중 뛰다니다

패인 주름에 걸려 넘어지라고

그래

네가 나를 한번 더 봐주길 바랐다


물론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베고 있던 애인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덮어줄 뿐이었습니다


왠지 그곳에

넘어져 생긴 흉터가

정말로 생길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는 사실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소박합니다.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 아니, 작년까지만 해도 없던 주름이 미간 사이에 보란 듯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이 주름의 출처가 어딜까 이런저런 표정을 지어보았는데요. 제게는 눈썹을 아주 세게 찡그리는 습관이 하나 있었더라고요. 뙤약볕 한가운데서 휘적휘적 걸을 때, 의자에 발가락을 찧었을 때, 새끼손톱을 짧게 깎아 다시 자라나는 내내 신경이 쓰일 때, 읽고 있는 글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발견할 때, 주변의 빛과 소리가 자극적일 때··· ···. 아무튼, 그럼에도 이십대 중반까지는 보이지 않던 주름이 이십대 후반에 들어서자마자 귀신같이 잔상을 남기는 겁니다. 그것도 마치 조직 졸개의 눈썹에 있을 법한 칼침 흉터처럼요. 기왕이면 조직 보스처럼 생기면 좋은데 졸개라니요. 앙증맞게 죽 찢어진 그 모양새가 아직 눈을 채 뜨지 못한 까마귀 새끼의 눈 같기도 하고··· ···. 멋은 없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거울 앞에 코를 갖다 댈 만큼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주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 말고 누군가가 이 주름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나의 애인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습니다. 가상의 애인을 머릿속으로 만들어내고, 양장본으로 된 시집을 읽는 애인의 무릎에 누워 기분 좋은 쓰다듬을 받는 그런 상상··· ··· 보다는 망상에 가까운 장면을 그려보는 겁니다. 어느 순간 시집은 무심하게 덮어두고 액자 속 표본이라도 만들 작정으로 나의 이마 끝부터 턱 끝까지 뜯어보겠지요. 이마에서 턱까지, 애인의 시선이 왕복 두 번을 돌고 나면 제 눈썹 사이에 멈칫, 시선이 걸리는 겁니다. 힘차게 달리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처럼요. 그러고는 제가 거울을 보며 생각했던 것처럼 '칼자국처럼 주름이 생겼네' 할 겁니다. 그리고 그 후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아마 본문의 글과 같지 않을까, 하며 단숨에 써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나'의 감정, 기분, 상태가 궁금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농익은 연인의 다정한 모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나'의 비겁한 집착을 숨겨두고 있음이 보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애인을 향한 희생이 보이는 '나'가 발견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정답은 없고요, 정해둔 결말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상상 속 '나'와 애인은 어디에 누워 있나요? 실내라면 어떤 벽지인가요? 향이 있다면 어떤 향? 날씨는? 만약 애인이 넘어졌더라면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숨을 돌리려나요? 아님, 금세 먼지를 털고 일어나 넘어질 걸 알면서도 또 달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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