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창업 사이
어떤 창업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창업을 통해서 어떤 삶을 꿈꾸고 계신가요?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한 번씩은 하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창업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인데요, 의외로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흔히 하는 상상으로는 ‘부자가 되고 싶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성공한 기업가가 되고 싶다’ 같은 답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답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 잠시 머뭇거리거나, 때로는 자신의 개인적인 인생사나 사정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다음에 몇 가지 선택지를 던져보곤 합니다. 예를 들어 ‘당장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큰 성취를 이루고 싶은지’, ‘개인적 자유나 경제적인 성공을 더 중시하는지, 아니면 사회적 의미와 기여를 더 원하는지’와 같이 구체적인 옵션을 제시해 드리면, 상대방이 그제야 본인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조금 더 분명히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창업은 본래 구체적인 무언가로부터 시작되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조금만 더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결국 그 ‘무언가’의 바깥에 있는 고민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그건 다름 아닌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 나만의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는 바람, 혹은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 등이 있겠지요. 결국 창업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싶은가에 대한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창업 상담 경험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한 분이 있습니다. 어느 대학에서 계약직 교수로 강의를 하던 박사님이셨는데요, 전공도 탄탄했고 연구 경력도 오래된 분이었지만, 전임 교수 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저 역시 비전임 교원으로서 느끼는 현실적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분의 고민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와 강의는 꾸준히 해왔지만, 경력에 비해 미래는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였지요. 그래서 창업을 고민하고 계신 듯했습니다. 전공 분야에 기반한 전문 지식이 있으니, 그걸 사업화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열정과 신뢰가 느껴졌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건, 그분에게 창업은 단지 경제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연구자로서 전임교수가 되어 적당한 명예와 함께 지속적으로 경력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과, 부를 축적해서 현실적인 삶의 어려움을 돌파하고 싶다는 의지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고, 그 두 가지가 충돌하는 지점에 창업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으로는 명예롭고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불확실하지만 주도적인 삶을 꿈꾸고 있었던 겁니다. 어쩌면 최근 대학에서 교원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그렇게 창업을 하고 대표이사가 되면 전임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새롭게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그분은 분명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저는 둘 다 하고 싶습니다. 연구도 계속하고 싶고, 창업도 해보고 싶어요.” 저는 지금도 그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품고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실제로 여러 가지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제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이 불쑥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었고, 여전히 그 경계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그때는 저도 아직 어렸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복잡한 고민을 충분히 듣기보다, 제 눈에 보이는 현실부터 지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건 쉽지 않습니다”, “결국 하나는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식의 단호한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제 표정이나 말투에는 분명 그런 태도가 묻어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현실은 생각만큼 너그럽지 않기에, 어디에 시간을 더 쓰고 무엇에 더 마음을 주느냐가 결국 우리의 삶을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창업을 고민한다는 건 단순히 ‘아이템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내 삶에서 어떤 영역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의 방향을 어느 정도 정해놔야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지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지금 다시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그때와는 달리 훨씬 더 부드럽게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어쩌면, 격려도 해드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 제 생각 자체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삶에는 분명 우선순위가 필요하고, 그것은 결과에 아주 정직하게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저 역시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지금 내가 그분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이 오래 머릿속을 맴돌곤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사실은 저 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을 찾아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창업은 결국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쉽지 않은 고민들을 무수히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아이템도 중요하고, 수익 모델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분명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께 가장 먼저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창업을 통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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