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
당신 혼자서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에서 경제적 독립을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나이가 가져오는 리스크’입니다.
처음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늘 반짝입니다. 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고, 어려움이 있어도 열정 하나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몇 년이 지나도 꿋꿋한 신념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사실 젊다는 건 엄청난 자산입니다.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크지 않고, 생활의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젊을 때 창업하라”는 말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어쨌든 그들도 해가 갈수록 나이를 먹습니다. 부모님이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이 오고, 건강이 약해지면 자식으로서 부양의 책임이 늘어납니다. 본인 역시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만한 무게가 또 얹히게 됩니다. 처음엔 열정만으로 버티던 청년 창업가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적인 선택 앞에 서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나는 겁니다.
예전에 NGO에서 일하시던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박봉에도 열심히, 의지를 다해 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0년쯤 지나자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그들 모두가 나이를 먹고 삶의 무게가 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만 늙는 게 아니라, 함께 시작한 이들도 다 같이 늙어간다는 사실. 그건 누구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내 의지가 아무리 단단해도 다른 사람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젊어서 창업하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니, 늦게 창업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유리한 면도 있더군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 오히려 내가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청년 창업가들은 연애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며, 나중에는 부모님 부양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내가 이미 지나온 길을 젊다고 해서 걷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년 세대가 이미 겪고 있는 삶의 무게 위에 창업이라는 짐을 얹어야 한다면, 청년 세대들은 창업을 위해 아예 그런 인생의 선택을 할 기회조차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젊어서 창업하든 나이가 들어 창업하든,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이에 대한 리스크'는 젊은 창업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요즘은 노년 창업도 많아졌습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100세 시대가 다가왔고, 과거처럼 50세 전후에 관리직에 올라 10년 정도 버티다 은퇴하는 인생 시나리오는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뀌고,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만으로는 남은 5~60년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미 체력은 줄었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점점 좁아집니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는 언제나 돈이 필요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단지 ‘나는 욕심이 없다’는 이유로 돈의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외면한 비용을 대신 짊어지는 건 동료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사업에서 돈은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삶을 지켜내는 수단입니다. 나의 선택이 동료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늘 고민하고, 경제적 독립을 개인의 자유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약속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경제적 독립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힘입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