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언제쯤 취업될까요?

브런치 작가 승인 기념, 사주 본 이야기.

by 쏘녕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었다. 우와. 안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 기념으로 사주 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모태신앙 #천주교 #냉담중 으로 나의 종교 생활 상태를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종교 권태기가 왔을 무렵 너무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사제로 인해 안 나간 지 몇 년 됐다. 그런데 천주교가 맞나요? 그건... 그래도 천주교라고 말하는 건 나의 전반적인 종교관이 모두 천주교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사주, 관상을 재밌어한다. 누군가 나를 해석하다는 것. 심지어 그게 맞어. 너무 재밌지 않나?? 그래서 인터넷 무료사주를 본다. 평생운세, 올해 운세, 토정비결 요 세 가지를 읽어본다. 그러다 사람한테 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덟 칸을 보고 왜 그런 해석이 나왔나요??


근데 신점은 무서워. 차별 섞인 발언으로 내 사주를 깎아내리는 것도 싫어. 그래서?

문자 사주를 해봤습니다.

결제 후 문자를 받으면 생년일시랑 질문을 보내라고 하는데 답변시간까지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있을 때쯤 장문의 문자가 왔다.


내 사주 이렇게 다 보는 데다 풀어도 되나..? 안 되겠지. 그럼 취업 질문에 관한 것만 얘기해 보자.

5월부터 운이 들어와 9월에 뭐가 된다고 한다. 예전에 인터넷으로 본 것도 9월에 이동수가 있다고 하더니 나 정말 9월에 취직되려나?? 진짜로 취직이 되면 됐다고 알려줄게요. 9월에 시작이 아니고 9월에 확정이라면 공채는 아니겠구나. 수시채용?? 기대감으로 부푼다. 올해 안에 승부가 난다니 힘이 난다. 사실 선배들이 막 2년 넘게 취직이 안되고 있어서 더 겁을 먹고 있었다. 근데 1년 안으로 취업? 그 정도면 괜찮지.


졸업 시즌에 졸업한 지 1년 반 된 남자 선배랑 나를 교수님이 추천하셔서 인터뷰를 보고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대놓고 나이, 결혼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저쪽으로 기울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굉장히 불쾌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매우 걱정됐다. 나이와 성별을 어떻게 바꿀 건데. 아무리 연애 안 하고 있고 결혼 생각 없고 아이 안 낳을 거라 해도 나는 그저 '가임기 여성'이었다. 물론 나도 석사의 신분으로 연구소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연구소는 박사 위주고 석사로 가봤자 한계를 느껴 회사 다니며 박사 하는 걸 봤기 때문에 그게 나의 미래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배가 부른 소리 같아서 지원했고 면접 봤고 떨어졌다. 좀.. 시원하기도 했던 것 같다. 원래 난 그 기업 자소서를 쓰고 면접준비를 하면서 그 기업에 애정이 생긴다. 근데 여기는 단계를 밟으면 밟을수록 '뭐야?'라는 찜찜함이 피어났다. 인연이 안되려니까 서로 마음이 붙지 않는 거라 생각한다. 면접장에 왔던 네 분은 들러리였을까 그분들도 추천받고 온 걸까? 이미 센터장이 와서 보고 점찍어간 사람이 있다는 걸, 뭘 잘 못해서 떨어진 게 아니란 걸 그분들이 알았으면.


요즘 공고를 보면 작은 곳이 더 경력직만을 뽑고 큰 회사가 그나마 신입을 받는다. 신입인 나는 어쩔 수 없이 큰 곳을 쓰고 있다. 물론 첫 취직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좋다. 취준 더 안 하고 싶거든. 아르바이트하면서 취준 하는 거 정말 끝없는 터널이었어서 취업하면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다름 아닌, 취준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과연 어디가 붙을까?? 나 어디서 받아줄 건데?? 암튼 나는 취업운도 결혼운도 이제 들어온다고 한다. 결혼운은 다른 사람이 궁금해해서 넣어 본거긴 한데 모르지. 대학원도 안 가겠다고 하다가 가게 된 것처럼, '절대'안 한다고 한건 복선처럼 하게 된다. 그래서 절대까진 아니고 웬만하면, 정말 같이 살아도 괜찮겠다 싶은 거 아니면 여러 삶의 방향을 열어두겠다고 말하겠습니다.


사주는 전반적으로 스무스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취업이 안 돼서 뱅글뱅글 도는 것을 사주에서는 나쁘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날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험에 떨어진 것도, 대학원에 간 것도 그저 공부를 오래 한 것이지 제가 느낀 재난상황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도 트랙에서 벗어난 길에 있으니 이제 산짐승에게 죽는 일만 남았단 생각이 들 때조차 사실은 안전하게 있는 걸지도 몰라요.


신이 멀어
귀신의 손을 잡는다.

-수의같은 안개는 내리고, 손유미 시 발췌


미신을 믿는다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넘어졌을 때 나뭇가지든 쇠몽둥이든 붙들고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신이 멀어 귀신의 손을 잡고서라도 살, 버텨볼 힘을 얻는 다면 사주는 그것으로 자기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1g만 무게를 더해주면 선택을 할 수 있을 거 같을 때, 손가락 하나 톡 쳐주는 F만 있으면 될 거 같을 때 찾는 사람들을 뭐라고 비난할 거야.


아무튼 오늘 글은 저번처럼 막 잘 써지진 않지만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얘기였다. 다음 시간엔 국취제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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