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유효 청중 이론과 관광마케팅
대중, 평균의 종말
Mass(대중)라고 불리는 다수의 사람들 중
가장 평균적인 인물을 상정하고, 제품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던 시절은 갔다.
마케팅 그루 세스 고딘은 일찍이 그의 저서 “디스 이즈 마케팅(Thisismarketing)’에서
“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해 평균적인 물건을 만들면서 대중화를 바랄 것이 아니라
소규모 청중을 찾아서 그들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티스트 윤종신이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코멘트를 했다.
“이 산업에서 ‘불호’는 의미가 없습니다
‘호’의 수를 모으는 게 중요해요
요즘엔 ‘대중’이라는 단어를 안 쓰려고 합니다.
대신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찾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은 의미 없습니다.
사실 대중 모두를 향해 던지는 ‘대자 본급 콘텐츠’에 드는 비용이 아까울 때가 있어요.
취향은 점점 세분되는데 다수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만들려면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자본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죠.
성과가 좋을 때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콘텐츠는
일종의 도박이라고 봐요”
갈수록 호불호와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이들을 뭉뚱그려 평균을 내고, 그에 맞는 기획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지한 접근인 셈이다.
체험을 소비하는 밀레니얼이 늘어난다
소유보다 체험이다. 요즘 젊은 층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재미있게 나의 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면 두말없이 돈을 지불한다.
예전엔 내일상과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관 또한 이런 트렌드 속에서 자리 찾기에 분주하다.
괜찮다는 입소문이 나면 평일 저녁, 주말에도 2,30대 가 북적거린다.
꼭 다 알려진 명작, 화가가 아니더라도
젊고 감각 있는 아티스트들의 독특한 전시품들에 제대로 된 스토리가 입혀져서,
재미있게 한두 시간 정도 체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달려가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감각에 맞게,
일부러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을 미리 만들고,
작품들을 응용한 테마존을 만들어 더 편하게 가까이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작품 감상을 넘어서 아예 주말이면 콘서트, 아티스트 토크, 마켓 등이 풍성하게 열리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에는 파티도 개최된다.
주말이면 미술관에서 데이트하는 것이 어느새 일상화되어가는 듯하다.
특히, 대표주자로 꼽히는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는
2012년 핀 율 가구전, 2014년 트로이카 전, 2015년 헨릭 빕스코브 전,
2019년 코코 카피탄 전, 2019년 하이메 이욘전을 개최해 장안의 화제를 모으면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미술관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http://www.daelimmuseum.org/index.do
그리고, 이런 전시가 당일 시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유도하기도 한다.
풍광이 좋아서 음식이 맛있어 서가 아니라
멋진 건축물을 보러, 멋진 전시를 보러 1박 2일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다.
지방은 서울 대비 문화적으로 떨어진 곳이야라는 일상적인 편견을 뒤집고,
최근에는 풍경 좋은 지방도시에 멋진 건축물, 멋진 기획전시로
서울 사람이 찾아가는 동선을 유도한다.
막상 가서 체험해 보면 지방 여행의 품격이 한층 올라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강원도가 달라 보인다, 원주가 달라 보인다, 원주 뮤지엄 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원주 뮤지엄 산은 해발 275미터에 자리하고 있다.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의 앞글자를 따온 이름(SAN)이면서 동시에
우리 말 산(山)의 의미도 내포하는 이름이 독특하다.
안도 타다오가 이곳을 설계할 당시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을
콘셉트로 했다는데, 과연 그러 하다.
위치 자체가 예술이고, 건축물과 배치도 예술이며, 전시품들은 화룡점정이다.
http://www.museumsan.org/museumsan/
오솔길을 따라 웰컴센터, 잔디주차장을 시작으로
플라워 가든, 워터가든, 본관, 명상관, 스톤 가든,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져있으며
본관은 네 개의 윙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대지, 하늘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도심 속에 있는 뮤지엄과 달리
뮤지엄 산은 주변 환경, 건축물, 조형물이 모두 예술품이라 사실서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주의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 가든은
9개의 이글루 형태를 띤 ‘스톤 마운드’ 가 한국 다움과 이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준다.
그냥 토속적으로만 보였던 신라고분이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는 현장에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전율을 느낀다.
보고 즐길 준비가 된 분들만 오세요
서울에서 한 시간 이상 먼 거리에, 입장료도 싸지 않다.
특히나 제임스 터렐관이나 명상관 같은 곳은 별도로 또 입장료를 받는다.
하지만, 외국에 가서 관광하는 것에 못지않은 콘텐츠를 편하게 한국에서 누릴 수 있으니,
비행기 값에 그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훨씬 더 이익이란 생각이 든다.
눈에 띄는 큰 전시물들도 좋지만,
종이박물관, 제임스 터렐관, 명상 관등의 체험내용이 특히 인상적인 곳이다.
다녀온 후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원주 가서 그냥 한우고기, 산나물 비빔밥을 먹으면
그냥 향토음식체험이지만
안도 다다오의 뮤지엄 산을 본 다음에
한우, 비빔밥을 먹으면
나름 격이있는 로컬 문화체험이 된다’고.
그곳의 모든 감탄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격’이다.
일상의 비루함을 떨치고, 이렇게나 격조 있는 하루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지척에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