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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Aug 22. 2022

마케팅 PR이란 것

정통 홍보맨과 협업하기

처음, 홍보에 대한 오해


처음에 마케팅과 홍보를 같이 맡게 되면서, 사실 홍보 쪽 걱정이 많았다. 

일단 첫 연상이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언론 쪽에 나쁜 보도를 막는, 

소위 “위기관리”가 홍보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언론사에 아무런 인맥도 없는 내가 과연?

지연에 학연까지 다 망라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돈을 억수로 싸 들고 가 홍보대행사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건가?


우리나라 대표 재벌인 S그룹이 

소위 ‘대관’ 업무에 평소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는 줄, 

먼 소문으로 익히 들었던 나로서는 홍보란 한 마디로 막연히 두려운 업무였다.


그래서, 첫 출근하는 날, 

홍보담당자를 만나 인사하고 얘기 나누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름 긴장감을 가지고 내 소개를 자세히 한 후, 잘 지내자는 이야기를 한 바탕 하는데,

이 사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원래 사람이 좀 뜨악한 스타일인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몇 주 그리고 몇 달이 지나면서, 

애써 나와 만들려고 하던 그 거리감의 이유를 어렴풋이 눈치채게 되었다.

마케팅 출신 윗사람이
홍보를 잘 모르고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할까 봐 
미리 걱정했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대체로 홍보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위기관리 이외에 평소에 홍보팀은 무슨 일을 하나? 에 대해 

사실 제대로 된 지식이 없긴 했다.

평소에 홍보가 하는 일이란 그냥 회사에 있는 팩트들을 

따박따박 정리해서 언론사에 주면 되는 일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 정도.

그나마 하나의 회사가 언론사에 오르내릴 일이 뭐 그리 많지도 않을 터이니,

그런 일은 한 달에 몇 번 정도?

나머지는 사보 만드는 일 정도가 아닐까?


그렇지만, 실제로 보니 그런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최근에는 택시 대란으로 인해 모빌리티 앱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았고,

요금제나 기사 지원정책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걸려 있어서,

회사가 언론사와 긴밀하게 이해도를 높여 놓는 작업이 

늘 상시적으로 필요했다.

수십 개에 이르는 언론사 취재기자들을 직접 면대면으로 만나

다양한 회사의 정책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해를 구해 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 이렇게 해 놓아야 

민감한 이슈가 터졌을 때 적어도 오해로 문제가 생길 일은 없겠구나.


그것뿐이 아니었다. 

대표이사들의 인터뷰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잡혔다.

그러면 사전에 만나 조율하고, 당일에 동행하고, 인터뷰 후에는 내용을 일일이 체크했다.

매일매일 업계 기사들 모니터링은 기본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잘 모르는 나는 그냥 칭찬 및 격려나 해 주자.



그럼 나는 뭐 하라고?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일들이 어차피 너무나 전문적인 정통 홍보맨의 역할이라서,

내가 별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었다.


조직도 상으로는 내 조직인데, 

어차피 대표이사와 직접 움직이는 조직의 성격이 강한지라

딱히 내가 거들 만한 일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초반의 투자자 대상 IR 로드쇼 행사를 홍보팀에서 진행할 때는 접점이 있었다. 

행사 컨셉을 잡고, 

행사장 분위기를 결정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은 

내 경험이나 의사결정이 도움이 될 만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는 

그런 기회가 별로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한번 제대로 찌릿찌릿 스파크


경쟁사가 경쟁사 분석을 꾸준히 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가 정책성 PR 내지는 정통 홍보에 치중된 일을 한다면, 

우리 경쟁사는 마케팅 PR에 능하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정말 기사가 될 만한 제대로 된 한방에 치중한다면,

그들은 별거 아닌 일들도 하나로 모아서 

그럴듯한 컨셉으로 포장을 해서 홍보한다는 의미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옳다구나 싶었다.

나도 그런 일이라면 잘할 것 같은데,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당장 홍보담당자에게 회의를 요청했다.

내 견해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있는 몇 가지 팩트들로 기획기사를 하나 만들어 보자고 했다.


하지만, 반응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들이 컨셉질로 마케팅 PR을 하는 것은

기자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좋아해서이고,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과 다소 다르게 포장된 기사가 나갔을 때 외부에서 반발성 기사가 나올 수도 있고,

나쁜 댓글이 달려서 그간 쌓아온 우리 이미지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업무 경험이나 백그라운드로서는 충분히 걱정할 만한 일이었지만,

소위 마케팅 백그라운드를 가진 나로서는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별거 아닌 것도 모아서 그럴듯하게 이야기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마케팅이고 기획 업무 아닌가?

댓글이 그렇게 무서우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나.

우리가 하는 일에 백 프로 반대 의견 없는 일이 어디 있나?


어쨌거나 완곡한 거절이었다.

속이 상했지만, 적당한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리고, 몇 주 후 일은 생각지 않게 흘러갔다.

이번에는 대표님들에게서 갑자기 그 이야기가 나왔고,

홍보담당자는 결국 그 일을 해야만 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더라도, 절대 못 할 일은 아니었으니.


흐음, 결국은 이런 게 파워 게임인가.

내가 지시하면 안 되던 일이, 

더 윗 선에서 지시하면 된만 말이지.


아무 소리하지 않았지만, 왠지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한 며칠간 서로 눈길을 애써 피하며, 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회식자리


때마침 회사 전체 회식이 잡혔다. 

술이 한 순배가 돌고, 늘 그렇듯 자리를 움직여 가며 서로 술잔을 마주하고 

한 마디씩 하는 전통적인 회식 자리.


홍보팀장이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왔다.

“저, 실장님”

“경영진들 프로필 사진 촬영하는데, 실장님도 필요하시면 같이 찍으실래요?”

한다.


“프로필 사진이요?”

심드렁하게 말한다.


“예, 그래도 앞으로 회사 관련 인터뷰할 일 있을지도 모르는데,

필요하실 것 같으면,, 미리 찍어 두시라고~~~?”

하고 말끝을 흐린다.


몇 번 사양을 하다가, 

못 이긴 척 그러마 하고 말했다.


이게 홍보맨식 화해 법인가.

슬그머니 웃음도 났다.


그래도 한번 의견 충돌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업무와 사람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도는 좀 더 생긴 것 같기는 하다.

앞으로는 마케팅 PR 업무를
더 많이 늘려야 하지 않을까


담당자와 더 친하게 일 많이 하기 위해서라도.


조직 생활이란 참 어렵기도 하지만, 

몰랐던 새로운 일과 사람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과정. 

그게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역시, 회식 자리는 업무의 연속이다. 그 누가 아니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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