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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버들 Jan 10. 2024

임신일기 11. 임신후기-2 :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모든 출산은 위대하다




내가 임신을 하기 전, 그러니까 아주 어리고 어릴 때에는 선택적인 수술로 아이를 낳는 일은 나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지했던 것이다. 나약함은 개인의 일이라는 뜻이었기도 했다. 하지만 출산은 그렇게 결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출산은 산모, 아기, 보호자, 의료진 모두가 함께 하는 어쩌면 온 우주가 돕는 일인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산모는 목숨을 걸고 출산하고 아기도 목숨을 걸고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며 그 목숨을 책임지는 의료진도 있는 일이기에 몇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라디오 사연이었는지 어느 임신관련한 책자였는지 인터넷에서 본 출산후기였는지 아무튼 자연분만이 힘든 산모가 있었는데 남편, 시어머니가 자연분만만을 고집하다가 산모가 고생고생을 하다가 결국 수술을 했다는 내용. 근데 그 이후가 더 가관이다.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산모가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눈치를 얻었다는 이야기. 나는 이런 상황을 생각코 선택적인 수술로 아이를 낳는 일이 나약한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낳은 언니, 친구, 주변인들이 생길 때쯤엔 저 생각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많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겪지 않으면 잘 모른다는 진리를 아주 뼈저리게 겪은 일 중 하나이다.


무통주사도 있고 자연분만은 회복도 빠른 편이라 출산만 잘하면 비교적 쉬운 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무통주사는 진통을 겪을 때 운이 좋아야 무통천국을 맛볼 수 있을 뿐 실제로 힘을 주어야 할 때, 즉 아기가 나와야 할 상황에는 무통주사는 주지 않는다. 그러면 위에서 배를 눌러주는 간호사 선생님과 합을 맞춰 힘을 줘야 하고 그마저도 대부분 산모는 어디에 어떻게 힘을 주는지 모르기 때문에 얼굴에 열꽃이 피기도 한다. 말이 이쁘게 열꽃이지 얼굴에 핏줄이 다 터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안타깝고 너무 힘들어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선생님 지시에 따라 들어왔다 나갔다 하기 바쁘다. 힘주기 연습할 때는 남편이 돕기도 하고 같이 호흡도 하지만 정말 아기가 나오기 임박했을 때는 그런 연습과 남편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절로 반성하며 빨리 아기가 나오길 바라며 제대로 힘을 못주며 힘쓰고 애쓰는 시간이 지나간다. 갈비뼈를 쪼듯이 힘을 주라고 하지만 골반이 벌어지고 너무 아파서 숨 쉬는 것도 힘든 지경인 것이다.


유도분만도 마찬가지다. 유도분만은 자연분만과 비슷하지만 억지로 자궁에 촉진제를 맞춰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언제 얼만큼 진행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실제로 아는 언니 중엔 유도분만으로 52시간을 내리 진통하다가 결국 수술한 경우도 있다.


자연주의분만방법도 있는데 의료적 개입을 최소화하여 아이를 출산하는 방법으로 무통주사를 안 맞기도 하고 물 속에서 낳는 등 유투브에서 후기를 보았을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연분만이 아주 어렵고 힘들고 대단한 일이라고해서 제왕절개가 결코 쉬운 것도 아니다. 나처럼 무지한 사람이 수술로 아이를 낳는 일이 쉽다고 생각할까봐 우려되는데 수술은 그야말로 어떤 수술이건간에 쉬운 일이 없다. 특히 출산인 제왕절개는 복부를 찢고 자궁을 찢고 몇 겹을 찢고 찢어서야 소중한 생명을 만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고 봉합하면 끝이느냐. 그것도 아니다. 유착될 것을 우려해 아픈 배를 부여잡고 재활차원에서 걸어다녀야하며, 배에 힘조차 줄 수 없고 자연분만에 비해 병원에 오래 입원하는 이유가 있을만큼 제왕절개도 힘든 분만인 것이다.


그렇기에 출산은 오로지 산모가 선택하는 방법에 따르는게 맞는 듯하다. 물론 고민하는 과정에서 의사선생님, 남편, 먼저 낳은 선배님 등등 얘기를 같이 나눌 수는 있겠지만 어떤 방법이 반드시 옳고 어떤 방법은 나쁘거나 별로인 것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으로 출산하든 모든 출산은 위험하고 힘들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그 출산에 주체인 산모가 분만방법을 정하는 것은 자명하다.


나도 자연분만과 수술 중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선생님과 상담할 때, 내가 진료의자를 굉장히 무서워해서 (진료보러 올러갈 때마다 울기직전이었다. 왜 그렇게 무서운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너무 무섭다.) 자연분만할 때 너무 무서워서 힘들 것 같으면 수술도 고려해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수술에 비해 회복도 빠르고 금방 걸을수도 있고 밥도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아이를 낳는 과정과 아이가 나오는 순간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일단은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결심을 한 상태였다.


지난편에 말했듯 37주에 첫 내진을 하고 아무 진행사항이 없었지만 그래도 예정일이 다가오니 애기가 갑자기 나올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38주에 내원을 했지만 (이쯤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을 한다) 여전히 아무 진행사항이 없었다. 의사선생님은 08/29인 예정일을 넘기게 되면 유도분만도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유도분만은 너무 무서울 것 같았는데 그래도 자연분만 하겠다는 생각이 커서 마음의 다잡으며 그 다음주 진료를 기다렸다.

39주 진료에는 혹시 조금 진행된 바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무 진행사항이 없었다.


딱풀이는 엄마 배 안이 너무나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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