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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버들 Jan 03. 2024

임신일기 10. 임신후기-1 : 두근두근 임신후기


편할 날이 없는 임신생활



임신후기가 가까워질수록 별 통증이 다 찾아왔다. 일단 왼쪽 손목을 쓸 수가 없었다. 바닥을 짚고 일어날 때 손바닥으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오랑우탄마냥 주먹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야했다. 몸이 점점 둔해진 탓이다. 빨래를 탈탈 털어 건조대에 널을 때 손목 힘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빨래를 널고 나면 손목이 시큰거려서 대체로 남편 퇴근할 즈음에 세탁기가 끝나게 두기도 했다.


생전 처음 겪는 치골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쾌하며 아팠다. 살면서 내가 치골을 이렇게나 자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일어날 때, 걸을 때, 재채기나 기침하며 힘줄 때 등등 치골에 지진이 난 것처럼 아픈 통증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뼈가 벌어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딱히 무리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도 배가 자주 뭉쳤다. 배가 뭉치면 자궁이 커지는 느낌처럼 아릿한 통증과는 다르게 누워서 숨을 밭게 내쉬며 뭉침이 풀어지길 기다려야했다. 배가 딱딱해진다고 해야하나 단단해진다고 표현해야할까 뭉침은 있을 수 있는 일인걸 알아도 왠지 아기가 안 좋은 상황일까봐 뭉칠때마다 겁이 났던 건 덤으로 따라오는 걱정이었다.


몸이 무겁고 둔해져서 전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데 빈혈까지 함께 있어서 더 천천히 움직이게 됐다. 이게 뭔일인가 싶었다. 어지러워서 주저앉기가 일쑤였고 화장실 가는데도 전에 비하면 오천년이 더 걸렸다. 그렇다. 오천년은 오바다. 고작 몇 분 정도 가는게 더 걸렸지만 몸이 둔해져서 움직이는 모든게 느릿느릿한 나무늘보가 된 것 같았다.


배도 더 많이 나와서 방광을 눌러 화장실도 자주 찾게 되었다. 수치스러운 일도 겪었다. 음식을 먹고 속이 좋지 않아 토를 하거나 급작스런 재채기를 할 때 소변실수를 하기도 했다. 밝히건대 정말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인간기능을 상실한 것 마냥 쓸모가 없고 내가 왜 이러지 내 몸이 왜 이러지 싶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래도 딱풀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고 많이 컸기 때문에 초음파를 보기도 힘들었다. 얼굴, 손, 발 전부 따로 볼 수 밖에 없을만큼 배 안이 좁아진 것이다. 실제로 33주 정기검진때는 초음파로 딱풀이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런 임신 후기증상들이 있어도 무난한 임신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왜냐면 아기가 괜찮기 때문이다. 아기가 잘 자라고 괜찮으면 산모가 힘든 것은 대체로 다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인 것이다. 이렇게도 힘들고 아프고 수치스러운 일이 있어도 다 괜찮은 것이다. 모든 엄마들은 정말 위대하다.


35주에는 막달검사라고해서 피검사, 심전도, 엑스레이, 소변검사등을 진행했다. 다른 검사결과들은 다 괜찮았는데 빈혈이 있어서 철분제 복용을 늘리기도 했다. 체중이 서서히 늘긴 했지만 임신초 때보다 10키로 가량 늘어서 몸은 점점 더 무거웠다.


37주에는 배에 직접 장비를 부착해서 태동검사를 진행했다. 최대한 움직이지말라고해서 누워있는게 힘들었지만 태동검사도 별문제가 없었다. 이 날 내진을 했는데 딱풀이는 아직 나올 마음이 없었는지 하나도 진행된 게 없는 상태였다. 그러면서 분만에 대해 유도분만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나는 자연분만과 수술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했다. 자연분만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사실 출산할 때 어떻게 무슨 일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물론 후기쯤엔 분만방법에 대해 이미 거의 결정이 되어있고, 고민은 중기쯤에 끝난것이었지만 출산할 날이 다가올수록 내가 제대로 결정한 게 맞는지 더 고민이 되었다.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대로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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