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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나 Oct 28. 2022

누구나 초보 시절은 있었다

초보가 될 용기가 필요해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마음을 먹기까지 5년이 걸렸다. 운전면허를 따고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던 시간 동안 변명과 두려움만 늘어갔다.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서 갑자기 큰돈을 쓰게 되면 어쩌지? 나도 도로 위로 나가면 김여사라고 손가락질받는 거 아닐까? 어두운 밤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고라니가 도로로 뛰어나와서 내가 치면 어떡하지? 정말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이 딱 맞았다.


5  차곡차곡 적립해 두었던 막연한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운전을 시작하면  황무지 같은 신도시에서의 삶이 한결 편리해질 것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데도 쉽게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운전 연습을 하겠다고 주차장으로 가다가도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사고가   같다며, 지금 신고 나온 운동화는 아무래도 운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둥 각종 핑계를 대며 조수석으로 향했다.


초보가 되기 싫었다. 초보라는 말에는 ‘실수’가 짝꿍처럼 붙어 다닌다. 미숙하니 실수할 수밖에 없었다. 실수를 하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게 되고 나는 이해를 구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내 마음속에서는 내가 실수를 해서 사과를 해도 사람들은 쉽게 이해해 줄 것 같지 않았다. 속으로는 나를 비난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마음에 여유 없는 나부터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것 같다. 내 생각을 기준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법이다.


그렇게 운전 연습을 미루고 미루던 어느 날. 영어 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한 오빠가 결혼 소식을 전해왔다. 그 스터디 모임은 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대학 시절 내내 동아리 활동이라고는 모르던 일명 '아싸'였던 내가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스터디 모임에서 동아리 활동 부럽지 않은 재밌는 생활을 즐겼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도 좋은 계절엔 MT도 갔다. 여름엔 강가에 갔고 겨울엔 다 함께 스키장을 갔다. 


강원도 출신의 오빠는 스키를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나를 강하게 가르쳤다. 단 하루 만에 혼자 스키를 탈 수 있게 한 스키 스승이었다. 여유와 낭만, 사랑이 넘치는 스키장에서 콧물과 침을 흘리며 스키를 배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그건 나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무섭고 다리가 후들린다는 나의 하소연도 듣지 않던 오빠는 내가 눈밭에 넘어져도 눈 깜빡 않고 다시 일어나게 했다. 겨우 초보자 코스를 내려가고 나면 쉴 틈 없이 바로 리프트를 타고 다시 올라가고 연습하고. 그렇게 하드 트레이닝받기를 3시간. 오빠의 가르침이 무서웠던 건지, 실력이 수직 상승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보자 코스 정도는 혼자 다니는 수준으로 나는 급성장했다. 이후로 어디 가서 스키 탈 줄 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무서워도 부딪치고 눈물이 날 것 같아도 가끔은 흘리면서 시도해 보는 것. 가르치는 사람의 호통이 무서워도 눈물 닦고 다시 배우는 것. 그래야만 지금의 나를 극복하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경험이 생각났다. 콧물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침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변명할 틈도 없이 슬로프에 나서던 그때가 있었기에 겨울이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운전도 비슷하겠지. 눈물 콧물 나는 초보의 시절을 지나고 나면 나는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 되겠지. 누구에게나 초보 시절은 있었고, 우리는 그 시간을 잘 보내서 지금 능숙하게 하는 일이 이렇게 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나 초보 시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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