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기혼 여성의 자유를 위해
결혼 전 꼭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라고 누군가 나에게 질문한다면 나는 이제 '운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탄소 발자국도 줄여야 하고 기름값도 이렇게 비싼데 왜 운전을 부추기는거야?라는 반박에는 진심으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앞으로 쭉 함께 살 사람이 생겼다는 안정감 덕분에 독립적이기보다는 의존적으로 변할 수 있는 사건 앞에서 우리는 도로 위를 마음껏 나설 자유를 사수해야 한다.
회사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팀장님은 '우리 엄마도 결혼 생활 내내 운전이 아니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했었는데. 나도 빨리 배워야 하는데 말이지...' 하는 이야기를 남겨주셨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 남편과 다투고 난 후에, 친정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혼자서 도로 위로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니 결혼을 하고 나면 어쩐지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 할 것만 같다. 부부는 이제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닌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라고 주례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하지만 두 사람 각자의 속도와 방법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조수로만 살 수는 없다. 각자의 인생을 사수해 나가면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만큼 건강하고 평화로운 부부 생활에 중요한 건 없다는 것이 결혼 4년 차의 중간 결론이다.
아직까지 운전을 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면. 눈이 쌓인 스키장을 보면서 감탄만 하지 않고 눈 위를 가르며 내려올 수 있는 자유를 기억하길 바란다. 바다를 만났을 때 물속으로 뛰어들어 파도와 온도를 느끼며 헤엄칠 자유를 떠올리길 바란다. 그리고 아직도 운전하지 않은 당신에게 남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도로 위에서 달릴 자유다. 더 늦기 전에 사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