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3 가/무(조르바들의 끼 발산 이야기)
울 아빠는 딸의 결혼식 축가를 할 만큼의 노래실력과 끼를 갖춘 사람이다. 어느 날은 노래자랑에 나간다고 꼭 들어보라고 하셨다. 아마도 택시조합 서울지부 노래자랑(?)과 같은 대회였을 것이다. 그때는 라디오로 목소리만 출연했다. 결과는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 가족 모두 실망했지만, 본인이 가장 충격이 컸을 것이다.
몇 년 전에 큰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 골목에 아주 작은 ‘보컬학원’이 개업을 했다. 입시음악, CCM, 취미반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나칠 때마다 그곳에 시선이 멈췄다. 퇴근 후 주 2회, 아이 데려다 놓고 얼른 나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케줄 조정 후, 신랑에게 동의도 구했다. 학창 시절 노래방에서 걸그룹 노래 부를 때마다 메인 보컬(SES~바다, 핑클~옥주현)만 맡던 나 아닌가. 그 실력을 끌어내서 보컬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나보다 한참 어린 MZ선생님 앞에서, 난생처음 마이크 없이 쌩목으로 레벨 테스트를 봤다.
그 무렵 가수 흰의 ‘시든 꽃에 물을 주듯’에 꽂혀 있었다. 고음의 킬링 파트가 많은 이 노래를 꼭 마스터하리라 마음먹었다.
다 잊었~니. 사랑한단 말로 날! 가둬둔 채로(우)~
(중략)
바보처럼 빈 자릴 붙잡는 나아~(오오오~오오 노우 노노!)
선생님은 “이 노래는 나중에 하시죠”라고 했다.
즐거운 상상을 하며, 배울 곡 선곡에 나섰다.
아이유 ‘사랑이 지나가면’ : 연말 회식자리에서 윗사람들에게 어필 가능.
임창정 ‘소주 한 잔’ : 후배들 앞에서 고음을 소화하는 멋진 모습 가능.
그러나 감성이 더 들어가야 하니, "우선 배에서 소리 내는 연습부터 하자"는 조언을 들었다.
빅마마_체념. 이 노래로 정했지만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성대를 풀고,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웠다.
할수록 나는 왜 작아지는가.. 소리는 왜 목구멍과 입안에서만 나오는가..
일어나서. 어깨에 힘을 빼고. 배에 손을 얹고 들숨 날숨을 느낀다.
혀를 굴리며 "아르르르르~” 소리 내기. 허밍으로 “으으으음~”. 음을 넣어 입술 떨기 등 어렵지만 도움이 되는 많은 목 풀기를 배웠다. 그러나 세 달 하고 그만두었다.
재미가 없고 어려워서였냐고? 아니다. 너무 재미있었다.
다만 주 2회 시간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가 덜 끝난 시국이라 걱정도 되긴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차가운 반응과 응원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남편은 계속하라고 했지만, 주변에서는 이상한 눈초리들을 풍겼다.
(이미 아이들 학원비로는 80만 원 넘게 지출하고 있거든. 논술, 수학 학원 안 보내도 유치원, 태권도, 영어만 해도 훌쩍 넘는다!)
내 엄마, 주변 또래 엄마들, 친구들까지. 엄마들이 문제다.
피아노 같은 악기를 배운다고 하면, 어릴 때 배우지 못해서 하나보다 하고 이해해 준다.
자식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운 후 무엇을 배운다고 하면, 끄덕여준다.
하지만 (유아와 아동을 키우는) 젊은 엄마가 보컬을 배운다고 하면, 오버스럽고 이상하게 느껴지나 보다.
끝까지 파고들어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근성 없는 내가 가장 문제이지만 말이다.
복식호흡, 음감 갖추기. 이런 기본조차 3개월 안에는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그저 나의 노래실력을 냉정히 깨닫고, 목 푸는 방법 정도만 익혔다. 가끔 길거리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음음~ 거린다. 나를 따라 아이들도 틈만 나면 “아르르르르~”혀를 굴리며 성대를 푼다. 찌꺼기 같은 성과가 남아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