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1 코리안 조르바
어릴 적 친가에 가면 딸만 둘인 아빠는 늘 핀잔과 비난을 들었다.
으르신들, 큰아버지들은 “니 아들 하나 안 낳나?”라고 물었고,
삼촌들까지 “형님, 아들 하나 낳아야지요” 라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어느 날, 초등학생이던 나는 속이 터져 이렇세 외쳤다.
소리를 질렀더랬다. 이 에피소드를 반주할 때면 꺼내곤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건 네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실제로 나는 직장인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부모님을 비행기에 태웠다.
부모님 결혼식 사진 속의 엄마는 앳된 얼굴과 볼록한 배를 하고 있다. 웨딩드레스가 치렁치렁한 캉캉춤 스타일이라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뱃속에 내가 7개월째 자리를 잡고 있었단다. 그래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비행기 태워준다고 큰소리친 것으로 보아, 뭔가 책임감이 느껴지도록 가스라이팅 한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지겹도록 운전하는 아빠가 편히 다니라고 택시투어를 예약했다.
두 분은 분홍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여기저기 관광하며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제주도 택시기사님은 신혼여행 대신 황혼여행을 왔다고 하니, 다소 흥분하셨던 모양이다. 관광지를 몇 군데나 돌았는지, 사진 속 두 분의 표정은 점점 지쳐 갔다.
호텔에서 물값이 비싸다며 밤에 편의점을 찾아 나갔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무렵 처음 만든 신용카드도 부모님 손에 들려 보냈는데) 카드 승인 문자가 계속 울린 건 뭐죠? 내가 쏘긴 했지만, 승인 문자에 몇 번씩 놀라기도 했다.
사람이란 본인에게 유리한 기억만 남기는 법이다.
효녀 짓 한 번 한 걸 가지고 이렇게 글로 길게 남기다니, 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