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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긍정 May 27. 2016

우리나라에서 천재가 성장할 수 없는 이유

<16.05.25일 자 SBS 영재발굴단>을 보고

  지난 5월 25일, 평소 즐겨 보고 있는 <SBS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 굉장히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천재'가 성장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천재를 성장시킬 수 없게 하는 것이며, 심지어 뛰어난 아이들을 애써 죽이고 있는 것일까요?  





| 우리나라가 원하는 인재는 대체 무엇일까


우선 영재발굴단에 어떠한 아이가 출연했는지 살펴볼까요?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직접 수학시계를 만들고 있네요.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오늘의 주인공인 '배선우' 학생입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세상의 모든 것을 '수학'으로 보고, 수학을 '시'로 표현할 줄 아는 '배선우'군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6살 무렵 우연히 접한 수와 덧셈을 계기로 흥미를 붙인 선우군은 3년 동안의 독학으로 고등학교 수학과정을 공부해낸 대단한 친구입니다. 단순히 수학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수학을 '시'로써 표현해내는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도 모든 사물을 수학으로 해석해내는 배선우 군의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수학'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수학을 잘 하니, 당연히 부모님도 기뻐하시고 각종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이겠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전체적인 행동들이나 반응이 매우 늦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뭐든지 천천히 꼼꼼하게 다 적어가며 문제를 푸는 모습입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수학 경시대회에 나갔지만 좋은 성적을 얻진 못했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이렇게 수학을 사랑하고 똑똑한 선우군이 막상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시간' 때문입니다. 주어진 제한시간 동안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하는데, 선우군은 전반적인 행동도 느리고 문제도 하나하나 꼼꼼히 느긋하게 풀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어머님도 이를 해결하고자 제한시간 내에 문제를 빨리 풀 수 있는 연습을 시키고 있지만 선우군은 이를 매우 힘들어합니다. 단지 수학이 좋아서 문제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즐겁게 푸는 게 목적인데, 푸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면 이러한 과정을 즐길 수 없겠죠?
 그렇다면 선우군은 전반적인 행동이나 수학 문제 풀이에 있어서 왜 느린 것일까요?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영재발굴단 출연자 중 거의 역대급 지능 수준입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빨리 풀 줄 아는 처리속도 역시 굉장히 좋았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검사 결과, 놀랍게도 선우군의 지능이 상위 0.1% 수준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풀 줄 아는 '처리속도' 역시 굉장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엄청난 지능과 집중력을 갖고 있는 것이죠. 

사실 선우군은 느렸던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남들은 단순히 보고 지나칠 것을 선우군은 깊이 있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생각하며 한 가지 생각이 거의 무한대로 확장된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느려 보이는 것이고요. 

실제 뇌 검사에서도 상당히 '몰입'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몰입과 깊은 관계를 보이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IQ'보다도 사람의 학습 습관이나 공부를 잘 하는 이유 등을 더 잘 설명하는 수치 중 하나인데요. '메타인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께서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그렇다고 해도 선우군의 뛰어난 능력을 경시대회 등으로 입증을 해야만 다른 사람들도 이를 알 수 있을 텐데, 선우군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나오는 장면들이 저는 정말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그렇습니다. 위 장면들이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이 아닌가 합니다. 경시대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여러 시험들. 과연 영재들을 위한 시험일까요? 아니면 영재를 죽이기 위한 시험일까요? 선우와 같은 아이들의 고유한 영재성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 영재들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인 경시대회 시험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죠. 설사 이 사실을 안다고 해도 경시대회를 보지 않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하는 이러한 경시대회를 봐야만 아이의 영재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이죠
. 각종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해야만 영재 교육원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있고 그래야 체계적인 영재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국가와 각종 교육기관이 도리어 아이들의 영재성을 체계적으로 서서히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다행히 영재발굴단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 기존의 잘못된 인식들을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깨달을 수 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인 것 같습니다. :)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부디 아이의 뼈 있는 말을 들어주길.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츨처 : <SBS 영재발굴단 16. 05. 25일 자 방송>


오래 걸려도 괜찮아. 
충분히 생각하고 즐기면서 풀 수 있다면



| 도대체 왜?


  이렇듯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선우군처럼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시대회에 입상하지 못하면 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즉, 제한 시간 내에 문제를 빨리 풀 수 있는 능력(이걸 능력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의문이지만)이 없으면 아무리 똑똑하고 그 학문을 사랑한다고 해도 결코 우리나라에선 인정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허허허. 출처 : <MBC 무한도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진정 원하는 인재는 바로 이러한 인재였습니다. 흡사 '정답 기계' 같습니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어진 문제를 기계처럼 굉장히 빠른 속도로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 우리나라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인재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문제의 내용을 깊이 살펴볼 시간도, 이해하면서 풀 시간조차도 주지 않으니 당연히 문제 풀이 요령과 전략을 통해 문제를 풀게 되겠죠. 문제의 수준도 당연히 깊은 이해와 생각을 바라는 것 같지도 않고요

왜 이렇게 이토록 '시간'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그것도 국가와 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서서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편하기 때문이죠. 뽑아야 할 인원과 자리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지원자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으니 출제자 측 입장에서는 당연히 문제의 변별력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만큼의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또한 채점하기도 쉽고 걸러내기도 아주 편리한 시스템이니 지금과 같은 효율적인(?) 시험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시험 운용에 드는 예산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객관식 형태의 명확한 시험이니 추후 '공정성' 측면에서도 이의 제기가 덜 들어올 것이고요. 


참으로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시험입니다^^. 출처 : <KBS 명견만리 공식 블로그>


세상에 사립기관 선발시험이면 그나마 이해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국가에서 주관하는 선발시험이 가장 이러한 특성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능'이죠. 그런데 사실 수능은 그나마, 정말 그나마 학생의 전반적인 사고력과 이해력을 어느 정도는 평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과 비교하면 말이죠^^.


시험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요. 출처 : <나무위키 '공무원 시험'>
공무원 1차 시험 시간입니다. 출처 : <http://want2pass.tistory.com/536>


9급 공무원 시험은 총 5과목, 100문제를 100분 내에 풀어야 합니다. (더 놀라운 건 예전엔 85분이었다네요. 허허허) 7급 공무원 시험은 총 7과목, 140문제를 140분 내에 풀어야 합니다. 1분에 한 문제씩 미친 듯이, 쉬지도 않고 풀어야 하는 것이죠. 도대체 무슨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걸까요? 아 참고로 마킹 시간은 당연히 따로 주어지지 않고요^^. 


5급 공무원 시험은 그나마 양반일까요? 총 3과목에, 각 과목마다 40문제를 90분 안에 풀면 되니까요. 그래도 과목마다 쉬는 시간도 있으니 참 좋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5급 1차 시험의 핵심은 풀 수 있는 문제와 풀 수 없는 문제를 가려내는 능력입니다^^.)

이처럼 공무원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간 분배 전략'입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한 자질이 각 과목에 대한 숙련도 및 이해 능력이 아니라 시간 관리 능력과 문제 풀기 요령인가 봅니다. 역시 '시간은 금'인 걸까요

정말 공무원이 이러한 능력이 필요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시험을 출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이 거세된 채 단순히 문제 빨리 푸는 요령을 습득한 문제 풀이 기계들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편의주의적 행태와 변별력 증가의 완벽한 컬래버레이션 작품인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부디, 제발 제 짧은 생각들이 꼭 틀린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영재들을 제대로 성장시켜 줄 곳이 우리나라에 과연 있는 것일까요? 언제까지 사람들을 쉽고 편하게 걸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시험을 운영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언젠가는 제발 지금과 같은 행태들이 잘 해결되어 각종 요령과 문제풀이 전략을 익히는 문제 풀이 기계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많은 천재들을 볼 수 있길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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