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보다, 함께

by 모은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결혼은 안 할 거야.
그냥 편하게 혼자 살 거야.”
남편에게 대뜸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절대 일어날 리 없는 허무맹랑한 가정이었으나, 그 결심은 꽤나 결연했다.

‘편하게’와 ‘혼자’는 그 시기 내게 심하게 결핍되어 있던 것들이었다.
일곱 살, 여섯 살의 연년생 남매와 이제 막 두 살이 된 막내까지, 아이 셋이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시기였으니 그럴 만했다 싶다.

그 시절 나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들어져 자주 화를 내곤 했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잠든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감당 못 할 죄책감과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런 감정들은 육아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화를 낼수록 나는 더 나쁜 부모가 되는 것 같았고, 그 생각은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과 그런 나를 견디는 일을 동시에 감당하는 것은 퍽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니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그 결심은,
결혼에 대한 선언이라기보다 당시의 상황을 향한 하소연이자 푸념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러다 어쩌다 본 영화 한 편이 내 그런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은 화려한 톱스타 배우다. 다 가졌으나 혼자 외롭게 살던 그는 어느 날 깨어나 보니, 어찌 된 일인지 아내와 함께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가장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다시 마주한 선택의 순간에서 주인공은 망설임 없이 가족과의 삶을 택한다.

이 영화는 ‘편하게’, ‘혼자’를 꿈꾸던 내게 그 선택의 끝에는 ‘외롭게’라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뒤로 나는 육아가 힘들 때마다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당장 죽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누군가 죽기 전,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으로 잠시 다녀오게 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느 순간으로 갈까.
지금 이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으로, 그립고 그리웠던 나의 어린 아기들을 만나러 잠시 온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마음껏 보고, 마음껏 안고, 마음껏 예뻐해야지.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기꺼이 만끽해야지.

그리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도 ‘혼자’가 아닌 ‘함께’를 선택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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