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ᐟ 알바몬 EP.4 배구경기 스태프

안녕하세요~ 플래시는 꺼주셔야 합니다!

by 옥찌

치열했던 입시가 끝나고 갓 스무 살이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약 두 달의 시간이 있었으며, 꿈에 그리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우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가장 먼저 이룬 것은 '운전면허' 취득이었다. 비록 바로 자차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운전을 할 일도 없었지만 그맘때의 성인은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면허학원을 다녔다.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는 비용은 흔쾌히 부모님이 지원해주셨다. 하지만 그 외의 버킷리스트까지 이루게 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아직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지 않아서 어떤 일이 잘 맞을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 나는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업무를 맡아야겠다. 마음을 먹고 나니 딱 눈에 띄었던 알바는 "배구경기 스태프"였다. 나이와 키 외에는 따로 물어보는 것이 없었고, 어떠한 면접도 없이 덜컥 모집에 선정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에는 청바지 또는 어두운 면바지와 운동화를 신게 했다. 체육관에 모여 간단히 설명을 듣고 각자 포지션을 정해주었는데, 일은 정말 간단했다.


일반 남성 지원자는 주차장에서 주차안내를 맡겼고 여자는 체육관 내에서 안내, 키가 크고 마른 남성은 경기장 보안직을 줬다. 함께 지원했던 친구는 정장을 빼입고 인이어를 착용했다. 나는 객석 앞에서 자리를 안내하고 경기장에서 사진, 영상 촬영 시 플래시를 꺼달라고 공지하는 역할이었다. 크게 어려운 일이 없고 바쁘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중간 가자미 눈으로 경기를 훔쳐볼 수 있었다. 배구는 고사하고 스포츠 경기라곤 월드컵 시즌에 TV에 방영되는 축구나 몇 번 봤는데 눈앞에서 경기가 펼쳐지다니! 기업 간의 경기로 관람객은 많지 않았지만 현장의 열기는 확실히 달랐다. 열띈 응원과 함성이 없어도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던 그 순간이란... 큰 키에 시원시원한 스파이크를 보면 배구를 모르던 사람도 이내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약 두 시간가량 불꽃 튀는 경기가 끝났다. 퇴장 안내를 한 뒤에도 근무시간이 남은 아르바이트생들은 경기장을 정리하고 간단히 청소를 했다. 일일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더 인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틈 없이 정산 공지를 듣고 바로 퇴근했다. 손을 녹이며 버스를 탔고, 퇴근과 동시에 입금된 일당은 달콤했다.


최근 근 2년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어 경기장 아르바이트가 많지 않겠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경기장 스태프 일은 한 번쯤 또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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