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ᐟ 알바몬 EP.3 화장품 공장

나름 다채로웠던 공장 일일알바

by 옥찌

'다시는 반복 작업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이 무색하게 또다시 공장 일일 알바를 지원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사는 동네는 무수히 많은 물류센터가 있었으며, 일감을 찾는 것은 그저 한 번의 검색으로 충분했다. 이번에는 친구의 말이 아닌, 내가 끌리는 곳을 선택했다. 핑크 공주의 파우치 룸을 모티브로 한 화장품 브랜드로 한창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그 브랜드의 립 제품이라던지 블러셔가 유행이었다. 익숙한 브랜드라니 적응이 쉬울 것 같았다. 문자로 아르바이트 지원을 한 뒤 주말에 통근버스에 몸을 실었다.


덜커덩 덜커덩 흔들리는 차량에는 서로 창 밖과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여성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분 냄새가 나는 곳이라 그런 걸까? 선입견 혹은 편협한 사고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공장에 도착했을 땐, 내가 갔던 공장과 이곳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흔히 "찍어내는" 공정, 컨테이너 벨트를 처음 본 것이다.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은 사람이 기계인 지, 기계가 사람인 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곳에서는 정해진 수량을 모두 마치면 다른 라인의 일을 시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처음으로 배정받은 임무는 [블러셔 누르기]. 화장을 하지 않는 이를 위해 설명하자면, 블러셔는 볼터치에 쓰이는 색조화장품이다. 이 화장품은 조개처럼 위로 열고 닫을 수 있고 안쪽에 거울과 화장품이 붙어있다. 이 화장품은 케이스에 본품이 결합되어 있는 타입으로 시제품이 나오니까. 당연히 분리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속이 텅 빈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내가 위치한 라인 맨 앞에서는 케이스의 뚜껑을 열었고. 그 옆의 기계가 일정하게 접착제를 짰다. 사람은 비어있는 케이스에 블러셔를 얹었고, 나는 접착제가 편평하게 붙길 바라며 본품을 지그시 눌렀다. 본품에 스크래치나 찍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대에 천을 감아 사용했다. 같은 일을 반복하긴 했지만 공정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덜 지루했다.


오후에는 다른 라인으로 넘어갔다. 이번 일은 [패키지 상자를 접는 것]. 납작하게 접혀 나온 포장박스를 세워 공간을 만들어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바로 다음에 있던 근무자는 옆 라인에서 온 본품을 박스에 담고. 그다음 파트에서 박스를 닫고. 마감 스티커를 붙였다. 나는 일의 속도가 붙었고, 너무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해서일까? 뒷 파트에 일을 쌓이게 만들었다. 이때의 나는 과몰입으로 혼자만의 싸움을 했던 것 같다.


잠시 쉬는 시간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담당자는 나를 포함한 몇 명을 착출해 박스가 쌓여있는 곳에 배정해주었다. 켜켜이 쌓여있는 택배박스를 테이핑 해서 10개씩 쌓아두는 일인데, 처음엔 남자 근무자만 이 일을 시켰다가. 손이 제법 빠르고 키가 큰 여성 근무자도 몇 데려와 일을 시켰다. 아무래도 박스를 층층이 쌓아야 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이곳에서 박스 테이크 커터기를 처음으로 만져봤는데. 얼마나 편하던지.집에 하나 들이고 싶을 정도였다. 이 경험은 나중에 물류창고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몇 분 만에 하겠어.ᐟ'

시계를 보며 혼자 데드라인을 만들고 불태웠다. 박스를 조립하고 쌓이는 것이 은근하게 적성에 맞았다. 해가 저물고 연장 근무 여부를 물어볼 때까지 박스와 부대끼고 퇴근을 했다. 분명 처음 공장 알바를 할 때는 시간도 안 가고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일을 바꿔가며 하다 보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몇 번 더 와도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공장도 공장 나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