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상권을 직접 조사해보자
2016년. 내가 사는 지역은 발전이 더뎠다. 수도권이고 지하철 1호선이 지나가지만 논 밭이 가득했다. 이런 곳에 무슨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어~라고 싶은 동네엔 속속들이 공장이 세워졌다. 일자리가 늘고 인구 유입이 예상되자 재개발 소식이 들린다. 대규모 공장에서 발생한 일자리는 아파트를 올리고 도로를 냈다. 시골 동네로 평생 남을 것만 같았던 이곳도, 버스 배차시간이 길었던 저곳도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올 준비를 했다. 초기 선점을 해야 상권이 형성하고 그 중심이 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겠지?
알바몬에는 헬스&뷰티 스토어가 입점하기 전, 유동인구 조사를 한다는 일감이 올라왔다. 업무는 어렵지 않으며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기에 지원했다. 어떤 일을 맡게 될지 궁금해 검색해봤는데 나오는 정보가 없었다. '이거, 신종 알바 사기 아니야?'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메일을 받고 안심했다. 친절하게도 업무 진행순서가 자세히 적혀있었다. 급여 지급일과 유의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어 따로 질문할 거리가 없었다.
업무는 약 반나절 간 진행되었다. 매 시 30분마다 타겟군(20~30대 여성)과 나머지 인원수를 체크해 보고하는 것으로 혼자,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식대나 교통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알바 시급이 최저시급보다는 높았으며 몸이 힘들거나 서비스직이 아니라 오히려 좋았다. 다만 굉장히 지루해서, 조사 범위가 보이는 주변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는 돈을 벌러 나온 것이기에 돈을 쓰는 게 아까워 근처 은행에 들어가 ATM기 옆에서 일을 했다. 은행의 ATM기 옆은 앉을 곳이 없었기에 라디에이터에 엉덩이를 얹거나 벽에 기대는 게 고작이었다.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휴대폰으로 노래를 들었는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 그 마저도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요즘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홈페이지를 통해 상권 분석을 할 수 있다. 그 당시에도 어느 정도 도움받을 수 있는 툴이 있었겠지만 정확한 자료조사를 위해 나를 보낸 것 같았다. 안타까운 것은 자그마한 시내에 돌아다니는 젊은 여성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유동인구가 없었다. 버스정류장 앞이고 편의점도 있지만 근처에 타겟 군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옆 동네에 사는 내가 봐도 여긴 장년층이 대부분인 구역이니까.
'뭘 좀 먹을까?'
일을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났을 때쯤, 슬슬 배가 고프다. 식비를 지출하는 게 아까웠지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가볍게라도 먹자는 생각이 들어 바로 옆 골목의 편의점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안에서 바깥이 잘 보인다. 내가 앉은 방향에서 조사구역이 잘 보인다. 오케이, 이 자리가 좋겠어.
도시락을 먹을지 컵라면에 김밥을 먹을지 고민했다. 그래도 역시 추운 겨울엔 국물을 먹어줘야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육개장 사발면과 참치마요 김밥을 샀다. 바깥에 있다 들어오니 얼마나 아늑하던지, 엉덩이가 의자에 붙을 뻔했다. 사발면을 한 시간에 걸쳐 먹으니 아르바이트생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제 다시 나가야겠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조금 더 쌀쌀해진 날씨와 곧 비가 쏟아질 듯 축축한 바람. 어쩐지 나는 조금 서글퍼졌다. 오늘은 전국에 비나 눈이 내린다는데, 그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지나가는 사람을 셌다.
부슬비가 내릴 때. 일이 끝났다. 그 어떠한 성취감도 없고 다리는 땡땡 부었다. 일을 했다는 실감도 나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오늘의 일을 마쳤다. 따뜻한 물에 샤워가 간절했다. 일주일 뒤, 정확하게 급여가 들어왔다. 일주일간 집에서 쉬며 또 이런 알바가 있다면 그땐 보조배터리를 챙기고 간이 의자를 챙겨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똑같은 기회는 오지 않았다. 유동인구 조사 알바는 정말 쉽고 프라이빗해서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추천할 것 같다. 다만 극히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을 제외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