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ᐟ 알바몬 EP.8 백화점 행사매장

띵똥땅똥 피아노 판촉 아르바이트

by 옥찌

"정기적인 일거리를 찾아보는 건 어떠니?"

긴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 하기 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일일 알바를 전전하다 보니 일을 하기 싫을 땐 푹 쉬었다. 어머니는 책임감을 가지고 주 단위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대는 시간과 직접 몸을 부딪히는 시간이 섞이니 깊은 깨달음을 얻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부분 공장은 일일 알바 또는 정규 입사를 원했기 때문에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어김없이 알바몬을 찾아보다 발견한 '백화점 판촉 아르바이트'.기간이 3주인데, 경력이 없어도 가능하다니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지원했다. 6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나름 10년간 취미생활로 즐겼으니, 피아노 판매까진 아니어도 음색이나 건반 터치감은 설명할 수 있겠다 싶어서 자신이 있었다.


'왜 이렇게 적을 게 많아?'

처음으로 알바몬에 이력서를 등록했다. 지원방법이 알바몬을 통한 지원 후 문자 연락이어서 빈칸을 하나씩 꾸역꾸역 메꿨다. 다행히 자기소개서를 장황하게 적을 필요는 없어 10분 만에 작성을 마치고 연락을 드렸다. 면접은 바로 이틀 후, 대형 마트에 입점되어 있는 피아노 매장에서 진행되었다.


"어서 와요. 면접 보러 오신 분이죠?"

면접 담당자는 나이가 지긋하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짧은 자기소개와 포부는 물어보지 않으셨다. 다만 천천히 내 모습을 두 눈에 담으시더니, 선한 인상을 가졌다며 아르바이트 경험을 물어보셨다.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했던 것과 피아노를 꽤 오래 쳤다는 게 마음에 드셨는지 일을 시작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고 면접은 끝이 났다. 3주간 일을 맡기기 전 하루는 일을 배우러 잠깐 들리라고 하셔서 백화점에 갔다. 내가 일할 자리는 백화점 7층의 전문식당가, 로비의 이벤트홀이었다. 엄청 개방된 공간이라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무렴 어떠랴, 돈만 벌면 되지!


'와.. 피아노를 이렇게 전시하다니.'

로비에는 뚜껑이 위로 열리는 그랜드 피아노, 직사각형 모양의 업라이트, 가정용 전자피아노 그리고 키보드까지 모든 타입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들고 왔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내가 팔아본 건 핫도그와 버블티처럼 한 손에 쏙 쥐어지는 음식뿐인데, 내 몸보다 큰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니, 얼떨떨했다. 피아노 학원이나 연주회장에 가면 볼 수 있는 밤색이나 검은색 피아노가 익숙한데, 와인 컬러부터 딥한 그린 네이비까지 다양한 컬러로 칠해진 피아노를 보니 어색했다. 사장님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 지, 가격대와 특징을 숙지해두면 수월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팸플릿을 챙겨주셨다. 흔히 한국에서 알려진 브랜드는 영창, 삼익, 야마하 등인데 스타인웨이, 콜린 캠블 등 생소한 것도 알아갈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찾으시는 제품 있으신가요?"

일이 시작되었다. 나는 백화점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사람이 적어지는 저녁 시간대에 퇴근했다. 평일에는 심심할 정도로 이용객이 없었다. 그나마 주말 오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이 몇 호기심을 보였으나 피아노를 내려치는 것을 제재하느라 바빴다. 피아노는 워낙 고가의 물건이다 보니 지나가는 길에 보고 당장 구매를 결정한다거나 호기심이 생기진 않는다. 평소 고민하던 찰나 발견하면 한 번 쳐보고 집에 가서 더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열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고가'의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크기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피아노를 전시하는 것은 분명 리스크가 있다. 음색을 들을 수 있도록 건반을 눌러볼 수 있도록 뚜껑을 열어두면 지나가며 촤르륵~ 쓸고 가는 어른들이 있다. 손톱에 의해 스크레치가 나는 건 굉장히 곤란하다. 차라리 노래 한 곡을 치는 건 감사하다. 대부분은 아이 둘이 나란히 앉아 젓가락 행진곡을 치다 이내 뚱땅거리며 다투는 게 주말의 풍경이다. 가끔 무료한 평일에는 친구들이 들러 손님인 척 대화를 해주고 갔다. 결국 나는 한 대의 피아노도 팔지 못했다.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려고 하면 부담스러워하거나 가격을 듣고 멀어지다 보니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차라리 멋진 피아노곡을 몇 개 연주하며 이목을 끌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판매라는 건 무수한 경험이 쌓이고 스킬이 있어야겠구나, 나에게 없는 부분을 깨달은 3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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