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

by 모온


어느 순간부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질문이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내가 왜 이렇게 느끼는지가 먼저였다.


불편한 말이 있었고,
이상한 상황이 반복됐지만
그걸 바로 문제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대신
내 반응이 과한 건 아닐까,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를 먼저 떠올렸다.


관계 안에서
의심은 밖을 향하지 않았다.
항상 안쪽으로 돌아왔다.
상대의 말보다
내 해석을 먼저 검토했고,
상황보다
내 감정을 먼저 의심했다.


그때의 나는
확신을 잘 가지지 못했다.
어제 느낀 감정이
오늘도 유효한지 스스로에게 물었고,
확실했던 기억도
다시 생각해보면 달라 보였다.
기억은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수정 가능한 것이 되었다.


상대의 말이 기준이 되면
내 기준은 자동으로 흔들렸다.
어떤 일이 반복되어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 거야”라는 말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말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나를 보호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문제라는 생각은
갑자기 생기지 않았다.
그건 아주 서서히 만들어졌다.
조금씩 반복된 혼란,
설명되지 않는 피로,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줄어든 자신감.


그 시기의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썼다.
공정하려고 했고,
균형 잡히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공정함은
항상 나에게만 엄격했다.


잘못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나는 먼저 사과했고,
불편함이 분명하지 않은 감정에도
설명을 요구했다.
내 감정은
존재하기 전에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렇게
관계는 계속 유지되었고,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설명하지 못하게 되었다.
무너지고 있다는 자각은 없었다.
다만
나를 믿는 감각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는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을 때,
왜 떠나는 선택이
점점 더 어려워졌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떠날 수 없었던 이유들,
그리고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감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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