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나는 예전처럼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대신
조금씩 무너졌다.
하루에 한 번,
아니면
며칠에 한 번.
어떤 말 하나에
마음이 툭 꺼졌고,
어떤 장면 하나에
숨이 잠깐 막혔다.
예전 같았으면
그 한 번이
하루 전체를 끌고 내려갔을 것이다.
그날 하루는
이미 망한 날이 되었을 테고,
나는 그 하루를
그렇게 끝까지 끌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마음이 내려앉는 순간이
여전히 오기는 했지만
그게
하루 전체를 가져가지는 못했다.
예전에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온 힘을 썼다.
참았고,
버텼고,
괜찮은 척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하루를 넘겼다.
하지만
그 방식은
결국 나를
더 많이 닳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다른 방식을 쓰기 시작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대신,
조금
무너지게 두는 방식.
마음이 꺼지는 순간이 오면
그걸
억지로 밀어 올리지 않았다.
그냥
잠깐
그 자리에 두었다.
생각도,
감정도
조금 흐르게 두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건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 감정을
없애려고 애썼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붙잡고 있었다.
지금은
그걸 알게 되었다.
사람이
자기 마음을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할수록
마음은
더 버티려고 한다는 걸.
그래서 나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도 하지 않고,
정리도 하지 않고,
의미도 붙이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을
지나가게 둔다.
그렇게 두면
어떤 날은
생각보다 빨리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날도
그런 하루였다.
마음이
한 번 내려앉았고,
나는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다시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게
대단한 회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날 하루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하루를
한 번에 잃어버렸다.
지금의 나는
하루를
조금씩 잃고,
조금씩 다시 찾는다.
그래서
요즘 나는
버티는 법이 아니라
덜 무너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방식이
나를
조금 더 오래
지켜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변한다는 건
갑자기 단단해지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덜 부서지는 방향으로
살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