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E SUPER kodak color plus
한때는 말할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 요상한 취향을 어떻게 털어놓아야 할지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어떻게 개 꼬랑내가 좋을 수 있어'
고백하는 순간 취향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상상했다.
그래서 들키면 안되는 비밀요원처럼 몰래 몰래 그 꼬랑내를 탐닉했다.
꼬릿 꼬릿 꼬랑내가 분명한데 왜 맡으면 맡을수록 고소하지?
그 고소함이란 참기름 들기름 혹은 버터나 땅콩버터와는 다른 차원이다.
잘 끓인 청국장에 블루치즈를 넣고 갓 나온 팝콘과 콘칩 뿌린 냄새랄까.
꼬릿하고 짭쪼롬하면서도 고소한 그 꼬랑내는 그 향에 취해 한입 왕 깨물고 싶은 치명적인 것이 사람을 중독시키는데 그래도 다른 중독보다 훨 좋은거 아닌가.
내가 흰둥이 발 냄새를 좋아한다면 흰둥이는 내 체취가 묻은 물건을 더 좋아한다.
이를테면 침대나 입고 잤던 잠옷.
신고 다녔던 실내화와 양말.
어찌나 격하게 좋아하는지 나의 실내화였던 핑크 핑크한 피글렛은 귀와 머리가 분리되어버렸고 양말은 물고 뜯어 구멍을 내 버렸다.
그냥 좋아하면 되는데, 물고 뜯고 결국 몽땅 찢어 놓는 거야?
누나 꼬랑내가 그렇게 지독해?
후각이 발달한 개는 주인의 체취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개에게 주인의 냄새는 긍정적인 정서와 행복함을 안겨주는 일종의 기분 좋은 향기인 것이다.
좋아하는 주인의 냄새가 잔뜩 묻은 물건이 부드럽고 포근하며 죽쭉-- 죽쭉-- 잘 늘어나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장난감이 어디 있으랴.
그렇게 나의 냄새와 섬유의 촉감으로 흰둥이는 안정감을 느끼며 열심히 물고 뜯었다.
냄새만 맡고, 그냥 조금 핥고,
그러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씹게 됐어요.
또 망가뜨려서 누나 화 났어요?
이젠 조금만 할게요.
이렇게 예쁘게 앉아 세상 순한 얼굴을 하고 있는 흰둥이를 야단칠 수는 없다. 양말은 또 사면 되니까.
나는 찢어진 양말을 물고 노는 흰둥이 옆에서 그 발 냄새를 몰래 킁킁거리고 흰둥이는 '이 비밀은 우리 둘만의 것' 이라는 듯 내 얼굴을 핥아주었다. 서로의 발 냄새를 좋아하며 취향도 점점 닮아가는 우리는 그렇게 2008년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