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E SUPER fuji relal 100
강아지는 왜 주인을 핥을까?
개의 조상인 늑대는 새끼가 자신의 입을 핥으면 음식물을 토해내서 그걸 먹게 했다. 일종의 먹을 것을 달라는 뜻이다. 또 높은 서열의 존재에 대한 복종의 의미이기도 하다. 늑대나 개의 무리에서 서열이 낮은 경우 대장의 입을 핥는다는 건 복종과 신뢰감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늑대나 개의 무리가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경우는 어떨까?
한 집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반려견들이 뽀뽀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흰둥이도 보통의 개들처럼 잘 핥는다.
얼굴이며 손과 발을 할 것 없이 놔두면 '쓱-쓱- 싹-싹-'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히 핥는다.
야생에서의 늑대나 개들이 생존과 복종의 의미로 핥는다면 반려동물로서의 개들은 주인을 향한 애정표현과 사랑받기 위한 마음의 표현이 강하다. 물론 어린 새끼 늑대가 어미에게 먹을 것을 달라는 신호처럼 '배가 고프다, 간식을 먹고 싶다'는 의미도 포함되겠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그렇게 열심인 흰둥이에게 찝찝한 표정을 지으면 무안해할까?
못하게 막으면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오랫동안 혹은 겨우 몇 시간 떨어졌음에도 반가운 마음에 꼬리를 흔들고 뽀뽀를 퍼붓는 가정의 반려견뿐 아니라, 안락사 직전 주인을 찾은 개나 번식장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에게 뽀뽀를 멈추지 못하는 개들의 이야기는 단지 먹을 것과 복종의 의미를 넘어서 신뢰와 애정, 감사와 사랑이 담겨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런 뽀뽀를 뿌리친다면 나라도 정말 무안해할 것 같다.
흰둥이도 내가 무한 뽀뽀세례를 피하면 조금은 서운해하는 눈치다.
고개를 돌려 버린다거나, 서운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럴 때면 뽀뽀를 멈추고 마치 '내가 누날 얼마나 좋아하는데'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우리가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그저 막무가내로 핥아대는 뽀뽀가 어쩌면 말을 할 수 없는 흰둥이에겐 소리나 몸짓 이외의 또 다른 의사소통 일 터, 그러니 그만하라고 하면 자신의 감정이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렇가면 흰둥이가 핥을 때마다 나에게 전하려는 숨겨진 말은 무엇일까? 문득 그 속마음이 궁금해진다.
냠냠 이가 당기는 시간이에요. 하나만 주면 안 될까요?
누나 오늘은 세수 안 했죠?
무슨 생각해요?
그만 자고 일어나서 나랑 놀아요?
산책 시간인데... 나는 다 준비가 됐는데...
오늘 어디 갔다 왔어요?
뭘 먹었길래 온몸에서 이런 냄새가 나죠?
나는 누나가 좋아요 매일 매일 더 좋아요.
요즘 들어 누나가 자꾸 뽀뽀를 피한다.
어디 다른 개라도 생겼나?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어디 보자...
뽀뽀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무슨 말을 한다는 거지?
빠져든다~ 빠져든다~
이제 뽀뽀를 받아들일 준비가 다 됐다.
그런데 개의 침이 세균을 옮기면 어쩌지?
사람과 개의 침 속에는 각각의 세균과 PH가 서로 달라서 뽀뽀해도 개의 침에 있는 세균들이 인체에 남아 번식하기 힘들다. 그러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겠지.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 면역력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니 개가 핥는다고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어쩌면 강아지의 침보다 지금 핥고 있는 나의 손에 더 많은 세균이 있겠지. 그러니 개를 만지기전엔 반드시 손을 씻도록.
그럼 이제 마음껏
뽀뽀해도 괜찮은 거죠?
다만 '우쭈쭈~' 귀엽고 예쁘다고 뽀뽀를 하는 순간 강아지 입 냄새에 의도치 않게 '으악~'하며 거부할 수 있으니 평소 양치질에 신경을 써 줘야겠다. 우리 집 강아지가 칫솔질을 엄청 싫어한다고 치아관리에 소홀하면 구강질환과 더불어 각종 질병에도 노출된다니까 강아지의 건강과 산뜻한 뽀뽀를 위해서도 하루 한 번의 양치질을 꼭 잊지 않길.
흰둥이는 양치질, 그러니까 치카치카를 좋아하진 않지만 매일 밤 치카치카를 끝내고서야 잠이 든다. 어릴 적엔 귀찮기도 하고 흰둥이가 싫어한다는 핑계로 빼먹는 날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 덕에 얼마 전 병원에서 아직 스케일링이 필요치 않다는 칭찬도 들었다.
'내가 이놈에 칫솔을 물어서 부러뜨릴 거야'라는 반항이 있기는 하지만 신경 쓴 만큼 치아가 깨끗하다니 절로 으쓱해졌다. 온갖 미사여구에 어르고 달래서 양치질시킨 보람이 느껴졌다.
뽀뽀를 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은 딱히 없지만 준비하는건 있다.
일단 누나 세수부터 하면 안될까? 아닌가 뽀뽀를 하고 세수를 해야하나?
아니 흰둥이가 화장품을 먹을까 봐 그래서.
그리고 우리 치카치카도 하자!
치카치카?
음...... 괜찮아요.
뽀뽀는 됐어요.
흰둥이는 그만 잘게요!
아구 졸리다
치카치카가 유독하기 하기 싫은 날이면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그럴 땐 별수 없다. 그냥 누워있는 채로 양치를 하는 수밖에.
뽀뽀를 하기 위한 그 간절함은 결국 하찮은 칫솔 한 번에 무너지는 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