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흰둥아 표정이 왜 그래?
아, 심심하구나.
따분하고 기운도 안 나요.
그럼 우리 산책 갈까?
음... 어디 가 좋을까?
근사하고 멋진 곳이 아니어도 나오니까 좋다.
너도 그렇지?
그럼 이제 마음껏 달려봐!
우리가 도착한 곳은 민가도 도로도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화려한 시설도, 잘 가꿔진 잔디밭도 아니었지만 흰둥이에게는 그저 자유 그 자체였다.
잘 따라오고 있죠?
내가 좀 빨라요.
번개보다 빛보다 내가 좀 빨라요.
흰둥아, 그렇게 좋아?
나오니까 정말 좋구나, 내 강아지.
근데 어쩜 넌 이렇게 그림자까지 예쁘니?
아우~ 부끄러워요.
사람이 없고 차가 다니지 않는 곳에서 흰둥이는 신나게 달린다.
별다른 건 없다.
그냥 걷다가, 다다다다- 달리다가, 껑충껑충 뛰다가,
흙냄새도 맡고, 풀냄새, 돌멩이 냄새도 맡아가며 그렇게 흰둥이는 달린다.
잠깐이지만 마음껏 달릴 수 있었던 흰둥이는 그림자까지 싱글벙글 어여쁘다.
힘껏 달리는 너를 바라보는 이 순간이 내게도 가장 큰 보상이었다. 네가 행복하면 나는 더 행복해지는 단순한 진리. 산책은 흰둥이뿐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도 되었다. 만약 산책을 고민하고 있다면, 하네스와 똥츄를 챙겨들고 지금 당장 밖으로 나서보자.
목도 축였겠다, 이제 다시 가볼까?
흰둥아, 준비됐어?
그럼 가자!
누나, 이번엔 저쪽으로 가요.
저기서 봄꽃 향기가 날아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