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정글에 산다.

2009년 EXIMUS perutz primera 200

by 모레

나는 정글에 산다.


수풀이 우거지고 야생의 동식물이 가득한 곳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도 정글이다.

방법의 차이겠지만 모두 살아가기 위해 하루를 치열히 바쁘게 움직이는 인간들의 정글.

얼핏 보면 조화롭고 평화로운 여긴, 역사상 가장 살기 좋은 때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이 인간답기를 바라며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 속 그 어떤 정글보다 더 강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곳이 되었다.


혼돈의 세계를 지나 의식의 질서가 생긴 지금도 우리는 아주 오래전 그랬던 것처럼 약자를 향한 칼끝을 드리우고 있다. 생존 본능을 위한 사냥은 퇴화한 지 오래지만 단순 유희를 위한 치기 어린 행동은 여전히 서슬 퍼렇게 칼끝을 번쩍인다.


우리의 정글에는 위기라는 강이 흐른다.

어느 정글이나 마찬가지로 약자는 그 강물에 흘러가기 쉽다.

그래서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며, 돌다리를 먼저 건너간 이가 뒤따라오는 이를 돌아봐 주는 것.

그렇게 우리는 정글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위안을 찾고 위로를 받으며 서로를 보듬고 살아간다.



너는 나의 위로다. 너와 함께 짧은 산책을 마치고 나는 다시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무사히 정글의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너를 쓰다듬으며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리하면 너는 그저 가만히 온기를 내어주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위로를 받는다.

나는 그렇게 너와 함께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의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겠지.

너를 보듬고 위로를 받으며 꿈을 꾼다.

이것이 내가 정글에서 버티는 방식이다.

너는 그렇게 내 삶의 가장 견고한 닻이 되어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