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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곁의 꽃

2009년 봄 ME SUPER

by 모레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이 피어요.

봄볕이 좋아 꽃에 나비가 모이고 벌들이 날아들 거예요.

서서히 찬바람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봄이라기엔 스치는 바람에 두 뺨이 아직은 얼얼해요.



그런데도 꽃은 빛이 좋아 고개를 내밀고 탐스럽게 찬란한 꽃송이로 피어나요.

빛이 꽃잎에 닿아 반짝이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요.

나의 꽃 흰둥이가 어느새 그 앞에 와 나를 바라보네요.



빛의 꽃과 나의 꽃이 내게 이렇게 말을 걸어와요.

"봄이야!"

꽃들이 내게 봄이라고 말하는 순간, 꽃들은 내 마음까지 가져가려 하나 봐요.



옷깃을 여밀 만큼 꽃샘바람은 아직 쌀쌀하지만,

훅-하고 바람처럼 들어온 꽃들의 말에

이미 빼앗겨버린 마음은 나비가 되고 벌이 되어 꽃 곁에서 춤을 추네요



꽃은 지고도 또다시 그 계절이 찾아오면 곱게 피어나지만

반려동물의 봄은 왜 이렇게 짧은 걸까요?


슬픔은 늘 그 물음표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늘 이 짧은 계절의 끝을 의식하며 불안해해요.

하지만 그 짧음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도 있습니다. 사랑할 시간은 미룰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나는 셔터를 누르고, 네 곁에 머물러 앉습니다.

오늘 이 순간, 네가 주는 온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간절함으로.



가장 아름다운 봄은 늘 '지금'우리 곁에 와 있고, 그것이 짧다는 이유로 사랑을 망설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꽃에게 '내게 와주어 고맙다'라고 더 늦기 전에 말하려고 해요.

이번 봄에는 당신들의 모든 꽃에게도 '고맙다, 사랑한다' 말해보세요.

우리가 사랑이라는 햇빛을 주는 한, 그 꽃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가장 다사롭게 빛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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