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견생이 덧없이 느껴질 때
치킨 너 무엇이기에
**아파트 **동 ***호 후라이드요~
라는 소리에 나를 흥분시키느냐.
치킨 너 무엇이기에
누구세요? / 치킨 배달 왔습니다!
라는 소리에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느냐.
치킨 너 무엇이기에
흰둥이는 가서 개껌이냐 씹어
라는 소리에 나를 기운 빠지게 하느냐.
따뜻한 너 고소한 냄새 내 코를 춤추게 하고
바삭 바사삭~ 너 부서지는 소리 내 귀를 간질이지만
내 앞 너 부스러기 한톨 없고 먹다만 개껌만 나뒹구네
치킨 너는 정녕 무엇이기에
작은 개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게 하다가
세상사 뜻 같지 아니하고 견생사 덧없음만 느껴지게 하는구나.
치킨은 즐겨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우리에겐 늘 이벤트 같은 음식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 이벤트에 흰둥이도 닭다리 하나 뜯으면 좋겠지만 치킨은 사람 음식이라 흰둥이는 냄새만 맡을 뿐이다.
대신 집에서 간과 양념을 하지 않고 흰둥이가 먹을 수 있게 오븐에 구워 주는데 개코의 달인답게 흰둥이는 배달 치킨과 집에서 구운 치킨의 차이를 냄새로 구별했다. 치킨 앞에서 해맑게 앉아 있는 흰둥이를 모른척 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구워둔 흰둥이 전용 닭가슴살을 주면 맛있게 먹지만 먹으면서도 내 손에 들린 치킨에서 두눈을 떼지 못한다.
"왜, 이거랑 그거랑 달라보여?
아닌데 똑같은데 ......"
자기 몫의 구운 닭가슴살을 다 먹은 흰둥이는 마지막 한입을 삼키며 아직 남아 있는 치킨 박스의 조각들을 응시한다. 역시 바쁘게 코를 벌렁이는 걸 보니 내것을 노리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모르는 척 치킨 한 조각을 집어 들고 기대에 찬 흰둥이 앞에는 씹다만 개껌 한조각을 주었다.
기대가 한순간에 사라진 흰둥이는 인생의 덧없음을 통달한 이 견생의 달인은 눈을 반쯤 감은 건지 아니면 반을 뜨고 있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이따금 깊은 한숨만 내뱉었다.
치킨 대신 개껌을 씹으며 흰둥이의 2009년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