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의 뒷모습
흰둥아, 흰둥아,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만 가자!
흰둥이는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다.
한동안 가만히 서서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결국, 길을 재촉하던 내 시선도 그곳을 향한다.
별로 특별하지도 딱히 시선을 끄는 무엇도 없지만, 시간이 멈추는 순간이다.
봄이 오고 있었다.
여전히 코끝에 닿는 바람이 매섭지만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바닷가 비릿한 바람에도 따뜻한 봄이 느껴졌다.
여름은 조금씩 빨리 온다.
햇살에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에도 강가에도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스르륵스르륵,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그 바람을 타고 온다.
가을은 언제나 반갑다.
선선해진 바람이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 냄새를 담고 온다. 짧아서 아쉽지만 빛나는 계절이 산에도 길에도 짙어져 간다.
겨울이 어느새 온다.
세상에 모든 냄새가 얼음처럼 꽁꽁 얼어버렸다. 새하얀 눈밭, 발은 조금 시리지만 지나간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추억이 그 위에 쌓여간다.
흰둥이는 계절이 오는 어귀에서 끝자락까지 그렇게 서서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봄에게도 여름에게도, 가을에게도 겨울에게도
자신만의 의식처럼 말없이 서서 안녕 반갑다, 안녕 잘 가라, 천천히 눈인사를 보낸다.
안녕 안녕, 반가워요.
이렇게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요.
안녕 안녕, 잘 가요.
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안녕, 잊지 않고 나를 찾아와 준 당신
나는 당신이 정말 정말 좋아요.
흰둥아, 그만 인사하고 누나 좀 봐주라.
너무 뒷모습만 봤더니 우리 흰둥이 예쁜 얼굴 보고 싶다.
흰둥아, 흰둥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