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선배님을 바라보며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능력과 경력
나의 회사생활 10년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성장이다. 누구보다 빨리 성장하고 싶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내가 지치지 않고 달렸던 동기가 되었고, 하나의 일이 끝나고 느낀 성장의 감각은 나를 다시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성장을 중요하게 여겼던 기저에는 성장을 하면 나의 가치와 쓰임이 늘 것이라는 생각. 아니 단순히 생각을 넘어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 확신은 그래도 일을 어느 정도 잘한다는 스스로의 평가, 주변의 준수한 평판, 나쁘지 않은 고과로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믿음은 정년퇴직 선배님과의 마지막 자리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 선배님은 30년 이상 그리고 마지막날 까지도 정말 성실히 일하셨던 분이었다. 회식자리에서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취업 컨설팅을 받았던 일화를 말씀해 주셨는데, 컨설턴트에게 받은 피드백의 요지는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어느 자리로 연결을 시켜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회사라는 곳에서 내부 전문가로 성장이 곧 시장에서 능력과 경력이 판매가능한 외부 전문가로의 성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깨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시끌벅적한 회식자리였지만 그 순간 나의 가슴은 홀로 두근거렸다. 그리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퇴직 후 나의 모습을 겹쳐 그려보자 막막함이 밀려왔다.
주변에서 수십 년간 흡연을 단번에 그만두는 것을 본 유일한 경우는 건강악화였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적신호를 몸으로 체감하고 가슴으로 위기감을 느낄 때 결단을 할 수 있다. 나에게는 정년퇴직 선배님의 회식자리가 마치 그러한 순간이었다.
그때가 나의 직장생활의 전환점이었다. 성장을 위한 축적에서 성과와 활용으로 시각을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그 순간이 그동안 축적한 나의 글과 생각을 세상에 내보이기로 결심 한 순간이었다. 단순히 글을 쓰고 알려야지가 아니라 절실한 마음으로 치열한 생각으로 행한다. 언젠가는 이 글들이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능력과 경력을 증명해 주길 바라는 또 다른 기대를 가지고. 그리고 그 기대가 부서지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