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가 흔적을 남기는 방법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기억으로

by Yoo

삶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나의 기억 속의 한 부분을 긁어 그 흔적을 가슴에 각인시킨 다는 것이다. 흔적을 각인시키는 방법은 사람마다 또는 직업마다 다르다. 따라서 많은 방법 중에 자신의 상황, 성향, 직업에 따라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는 방법을 만들어가기 위한 첫걸음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흔적을 남기는가에서 힌트를 얻는 것이다.


내가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 중 하나인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서, 김영하 작가는 여행에서 삶의 흔적을 남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는 여행에서의 '의외성'이라는 이질적인 감정을 통해 기억에 흔적을 낸다. 그리고 기억에 흔적을 내기 위한 장치로 여행을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한 가지 사례로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말 그대로 ‘대충’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지 식당에서 메뉴를 대충 고르고 운 좋게 맛있으면 맛있어서 좋고, 실패를 하면 글로 쓰면 된다고 말한다.


그가 삶의 흔적을 남기는 방법은 나의 기억 속 흔적으로 남았다. 그의 방법이 나의 마음에 각인되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흔적을 남김에 있어 추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그 방법이 식사라는 매일 3번 자연스레 활용할 수 있는 빈도 높은 방법이었고, 특별한 노력이 아닌 용기만이 필요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작가라는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아마도 그가 책에는 모두 기술하지 않았지만 여행을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는 것이라는 큰 생각의 줄기 하에서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지를 방문하고, 식사는 하는 여행에서의 모든 일상을 흔적으로 남기는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영하 작가의 삶의 흔적을 남기는 다른 한 가지 사례로 ‘알쓸신잡’에서 그가 이야기했던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정의가 기억난다. 그는 작가를 ‘말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였다.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 등의 추상적인 정의가 아니라 말을 수집한다는 구체적인 행위로 직업을 이해하고 설명한다는 점. 말 그리고 대화라는 우리의 일상을 이루고 가장 빈도 높게 접하는 대상을 기억에 흔적을 남기는 장치로 활용한다는 점. 일상에서 벗어가는 특별한 노력이 아닌 일상에 흘러가는 말이라는 것이 휘발되지 않고 잡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김영하 작가가 흔적을 남기는 두 가지 방법에서 그가 일상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일상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의 모든 시간은 휘발되지 않고 기억의 흔적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그 누구보다도 빈번하고 긴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는 긴 행복의 흔적을 모아 작품이라는 큰 행복으로 연결한다.


김영하 작가가 그랬듯 누구나 나만의 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과 긴 행복을 큰 행복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부분의 성인이 나의 인생을 바치는 직장에서의 모든 일상과 일에 대한 생각을 흔적으로 남기고 길고 큰 행복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모든 직장인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찾을 수 만 있다면 그것이 나를 양손잡이 직장인으로 변신시켜 줄 테니. 매일매일의 일과 일상이 나의 큰 자산이 될 테니.


직장인의 글쓰기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기억과 흔적으로 남기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그 흔적이 큰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마음으로 바라며, 동시에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의 흔적을 이곳에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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