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시작과 지속과 폭발의 순간
글쓰기를 시작하는 동기는 스스로부터 나온다. 일단 글쓰기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과 감정이 들어야 쓸 수 있다. 왜냐하면 쓰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강력한 동기가 없다면 시작하기 조차 어렵다. 내가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직장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동기는 나의 젊은 날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면서 언제부턴가 회사의 일을 인생으로 치환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가령 6개월짜리 프로젝트의 가치를 비용접근법으로 구해본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가장 젊은 날의 가격과 같다. 그리고 젊은 날의 가격은 나이에 들어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렇게 비싼 나의 몇 개월이 인생 전체가 프로젝트의 결과만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했다. 결과라는 점을 찍기 위해 프로젝트를 했지만, 그 사이의 모든 과정이라는 선과 면을 하나의 점으로 요약하기에는 그 과정이 과도하게 축약되어 송두리째 없어지고 추상화처럼 요약되는 게 싫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동기가 스스로에게 있다면 글쓰기를 지속하는 힘은 다른 사람에게 있다. 멋지게 말하자면 내가 얻은 것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고, 조금 덜 멋지게 말하면 오지랖이다. 단순히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가 겪은 번뇌와 좌절을 겪지 안 왔으면 하는 생각, 나의 동료가 내가 했던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나의 글을 혼자만의 알기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공개할 결심을 했다면 더더욱.
글쓰기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폭발하며 개화하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세상의 피드백이다. 내가 세상에 돌려주는 싶은 것들을 나만의 의도를 가지고 나만의 방식으로 공개했을 때, 나 혼자만의 외침이 아니라 상대의 피드백이 메아리로 돌아오는 순간 글은 살아있는 것처럼 스스로 움직인다. 내가 다른 이의 글을 읽었을 때 무언가 머리로 혹은 가슴으로 어떤 것을 느꼈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피드백하려는 이유 또한 오지랖이다. 지금 당장 오지랖을 부리지 않고 내 마음속으로만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금방 휘발되고 상대방도 나도 폭발의 순간을 맞이하는 기회를 잃는다. 행동하지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는 피드백은 나도 상대방도 세상도 그 어떤 것도 변하게 하지 못한다.
글쓰기의 시작과 지속은 나와 세상 간의 밸런스 게임이다. 가장 좋은 밸런스는 나의 마음이 시키
는 글이면서 세상의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세상의 메아리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은 나에게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관심이 없다. 따라서 수요 없는 공급이 되지 않도록 항상 읽는 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견지해야 하지만, 최소한 무언가를 쓰는 행위의 시작은 내가 되어야 한다. 내가 없고 상대방만 있는 글은 이미 세상에 널려 있다. 내가 없는 글은 피드백도 없을 것이고, 피드백이 있다 하더라도 애초의 나의 의도가 담기지 않았기에 폭발의 순간도 없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스스로와 독자사이의 밸런스 게임을 한다. 폭발의 순간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