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2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긁? 직장에서 만나는 부정적 감정

Win-Lose의 관계를 Win-Win으로

by 모일자 Jan 20. 2025

직장생활에서 나를 가장 많이 찾아오는 손님 중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직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다. 또한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은 그 일에 관심이 없다. 단지 귀찮은 일일 뿐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어떤 일을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일도 수행해야 되는 상황이 반드시 온다. 이럴 때마다 부정적 감정이라는 손님은 어김없이 그리고 빈번히 나를 찾아온다. 아이러니한 것은 직장생활에 그리고 일에 몰입하는 사람일수록 이 손님을 자주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정적 감정이 갉아먹는 것은 오롯이 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감정의 원인을 일으킨 상대방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때로는 그 손님이 나를 방문하는 것을 막아보려, 불편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돌려서 혹은 비언어적으로 살짝 표현한다. 이만하면 알아들었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손님은 내가 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지는 절대 알지 못한다. 상대방이 알게 되는 유일한 순간은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순간인데 그 순간까지 오면 이미 파국이다. 부정적 감정은 업무의 태도로 이어지고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상대방의 좋은 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면만 보게 된다. 이렇게 일잘러가 되고 싶었고 일잘러였던 직원은 어느 순간 시니컬하고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부정적인 사람으로 전락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그랬다. 10년 차 정도가 되자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다른 사람의 고민이 성에 차지 않았다. 카운터 파트에서 고민을 하지 않고 요청하는 행태를 바라보며 '해줘의 시대'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는 비합리적인 순간에서 많은 이들이 침묵할 때 나서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믿음이 자의식의 과잉에서 온 일종의 자만심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스스로 보는 나와 세상이 보는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음을 모종의 사건을 통해 느꼈다.


작년에 팀장님이 변경되었다. 기존 팀장님은 업무적으로 뛰어나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적절치 않는 일은 상대가 임원이더라도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정답에 가까웠고 행동도 말과 일치하였지만, 그 올곧음이 때로는 누군가는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를 시니컬하거나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팀장님은 반대로 덕장에 가까운 스타일이었고 외부의 대부분의 요청에 협조적인 분이셨다. 팀장님교체 이후 스스로는 우리 팀이 협조적인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가 PM으로 하는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팀장이 바뀌었는데, 우리 팀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는 비협조적이라는 우리 팀에 대한 평가가 돌아다닌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것은 팀에 대한 평가였지만 사실은 나에 대한 평가였다. 스스로를 전임 팀장님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단점을 느낀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오랫동안 굳건히 가지고 있던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는 나의 마음을 나의 태도를 바꾸고자 노력하였다. 이 노력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긁?'이었다. 긁힌다는 표현은 상대방의 무언가가 나의 신경/자존심/아픈 곳/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표현인데, 이 단어는 부정적 감정이라는 손님이 온 순간을 스스로 인지하는 경고음의 역할을 하였다. 그 순간을 인지하면, 상대방과 나를 누군가는 이기고 누가는 지는 Win-Lose가 아니라 모두가 Win-Win 하는 관계로 재설정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했다. 가령 어떤 일을 요청받았을 때 기존의 Win-Lose의 프레임에서는 스스로를 Lose로 가두며 일방적으로 요청한 일을 대응해 주는 사람으로 인지했고, 또 해달라고 한다는 짜증의 말과 감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Win-Win의 프레임에서는 상대방의 요청을 나의 성과와 나의 일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생각하려 노력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상대방을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능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상대방에게 이러한 Win-

Win의 관계를 공식적이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서로 공생하며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먼저 내가 그에게 실무적인 도움을 주면서 상대방이 상대방의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게 만들어주고, 나도 상대방의 정보를 듣고 우리 팀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추구하면서 나도 우리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관계로 포지셔닝을 하였다.


노력은 하지만 물론 아직도 매일 긁히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러나 이제는 긁?이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Win-Lose 관계에서 Win-Win관계로 스위치를 바꾸고, 상대와 나의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순간을 적었다. 아니 적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나의 생각 나의 의도와 다른 의외의 자극이었을 뿐만 아니라, 의외의 자극을 모두가 좋은 상황으로 바꾼 세상의 효율을 높이는 순간을 만들었다는 벅참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을 누르고 단발적으로 합리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좋은 성과와 인간관계까지 얻을 수 있는 마법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마법 같은 순간을 더 많이 만나고 가슴에 새기고 글로 남겨 죽적 할 수 있다면, 성공보다는 실패가 디폴트인 직장생활에서 조금 더 빈번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 의도적으로 마법의 순간을 더욱 빈번히 만들고 모으고자 한다. 마법의 순간의 시작은 내가 긁히는 순간이다. 나는 더 이상 긁?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감정이라는 손님이 두렵지 않다.

이전 05화 직장에서 의외의 자극을 즐기는 수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