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가 결과가 되고 결과가 성과가 되는
세상에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오지랖이다. 그리고 세상에 글을 축적하는 큰 동기는 나의 생각을 뭉치고 잘 굴려서 자산화를 하는 것이다. 자산화의 앞 단계는 무형의 생각을 유형화해서 축적하는 것이고, 뒷 단계는 축적한 것을 가지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축적을 하다 보니 가치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가치를 만들고자 축적을 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전자에 치중이 되어있다. 그동안의 인생에서 가장 큰 키워드는 성장이었다. 성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능력이 인정받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어느 정도는 잘 작동했고 때로는 작은 인정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학습곡선은 완만해지고 따라서 노력하는 것 대비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얻는 보람은 작아졌다. 이제는 성장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잘 쌓은 것의 활용을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글쓰기는 축적 그 자체를 위해 썼다. 일단 축적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이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내 PC에는 일의 과정 축적한 1,000장의 글이 있다. 물론 그 글들은 나름의 쓰임이 있었고 지금도 잘 쓰고 있지만 결코 자동으로 가치를 갖는 자산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같은 것이었고 결고 그것은 내가 꺼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세상은 알지 못한다. 자산이 될 수 없다.
글쓰기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좋은 설계가 필요하다. 마찬가지고 글을 축적하고 축적을 넘어 가치로 바꾸는 것 또한 설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행위가 결과가 되고 결과가 성과가 되는 구조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설계의 레퍼런스는 인터뷰나 대담 기반의 책 쓰기이다. 먼저 책을 쓰기 위해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을 정하고 행위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행위는 합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위는 특정 영역에 대한 글이라는 결과가 된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묶어 책이라는 성과를 만든다. 결국 노력을 성과로 만드는 구조의 설계가 핵심이다. 이보다 한 단계 진보된 모델이 내가 상대방의 행위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알아서 행위의 결과를 나에게 보내는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모델이다. 비슷한 방식이 상담이라는 것을 매개로 그것을 엮어 책을 내는 방식이지 않을까 상상한다.
행위가 결과가 되고 결과가 성과가 되는 글쓰기 자산화 모델은 각자의 배경/상황/글마다 다를 것이다. 다작을 하는 작가님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그것을 해내시는 분들은 자신만의 자산화 모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물론 나는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나의 노력을 담을 수 있는 통을 만들었고 통에 축적한 것이 의미가 있지라는 스스로의 함의를 만든 것 정도가 전부이다. 즉 노력을 성과로 만들기 위한 기초 뼈대 정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자산으로. 나의 모든 일상의 생각과 행동을 자산으로.라는 의미의 모일자라는 필명은 스스로 그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이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되면 좋게 다는 세상에 대한 오지랖이자, 나만의 글쓰기 자산화 모델을 찾겠다는 다짐이다. 이렇게 세상을 향한 글을 쓰다 보면 언제 가는 찾지 않을까라는, 축적의 공간만 온라인으로 이동한 또 안일한 생각이라는 우려도 된다. 이 행동이 가치로 이어질지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닌 글을 찾아주는 독자분들이 결정한다. 나도 언젠가는 좋은 설계를 찾고, 아직 좋은 설계를 찾지 못한 이들은 찾기를 기원하고, 이미 찾은 작가분들의 작품에서 좋은 설계에 대한 깨달음은 얻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