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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다른 이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가치 전달에 힘쓰는 이유이자 용기를 내는 바탕

by 모일자 Apr 01. 2025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나의 기대와 다른 사람들의 실제 관심의 격차로 인해 깜짝 놀라곤 합니다. 격차의 한쪽 끝은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사건이 생각보다 소문이 빠르게 퍼져 모두가 잘 아는 경우입니다. 반대쪽 끝은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알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잘 모르는 경우입니다. 깜짝 놀라는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이 평균적으로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경우가 매우 적고, 기대에 훨씬 못 미치거나 훨씬 상회하는 이상치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관심에 대한 기대에 배신당합니다.


기대를 상회하는 관심은 통상 인사(조직/승진/평가 등)에 대한 사항이나 가벼운 가십거리에 대한 것이 많습니다. 기대를 하회하는 관심은 통상 일에 대한 사항이나 회사가 잘되게 하는 것에 대한 것이 많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전혀 다른 이유로 발생하는 말 그대로 이상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공통된 요소가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두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승진 조직 변동 등은 나에게 직접영향을 미칩니다. 가벼운 가십거리는 동료와의 대화를 이어가는데 필요합니다. 한편 남의 일이나 회사를 잘되게 하는 고민은 나의 머리만 복잡하게 하고 시간만 뺐을 뿐 나에게 직접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심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상대방도 당연히 상대방이 중심이기 때문에 나의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나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중심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의 일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에게 불리한 가십거리는 상대방이 관심이 없을 것이라 기대하게 됩니다. 모순입니다.


이러한 모순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나는 충분히  일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 기대합니다. 내가 가치를 잘 생성하기만 하면 세상이 잘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른 이는 나에게, 특히 나의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나의 기본적인 생각보다 가치를 전달하는데 더 많이 신경을 써야 겨우 내 기대보다 약간 못 미치는 상대방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기대 수준으로 혹은 기대이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이상치입니다.


특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획의 영역은 상대방의 이해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상식적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획자가 일하는 감각 : 나'에서 가치의 생성을 다루며 의미 짓기와 이름 짓기를 강조하였었습니다. 많은 경우 상대방이 기억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이름 한 단어, 설명을 들으면 느꼈던 감각의 한 문장 정도가 전부입니다. 내가 준비한 것이 100이라면 우리는 100을 이해하거나 나아가 +a의 피드백을 원하지만, 실제로 상대가 이해하는 것은 정말 많아도 절반이 안됩니다. '다른 이는 나에게 생각보다 더 관심이 없다' 이것이 기획자가 생성한 가치를 전달할 때 갖아야 할 상식적인 감각입니다.


상대방이 관심이 없다는 상식이 실망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기획자에게 도움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획자에게 용기를 준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빈틈을 채우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기존 방식과의 부딪침,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 극복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지만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면이 때로는 좌절을 주기 도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근간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실패해도 내가 잘못해도 세상은 그것에도 생각보다 관심이 없고, 나의 실패와 잘못으로 인해 세상이 잘못되지도 않으니까요. 


원래 생각보다 조금 더 가치의 전달을 위해 노력하되, 원래 생각보다 조금 덜 실패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이 관심의 격차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기본적인 감정은 반대입니다. 나의 일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음에 실망하고, 나의 실패를 과도하게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저도 자주 이사실을 잊지 않으려 반복적으로 일부러 떠올립니다. 오늘 이 글을 적는 이유도 이 당연한 상식에 대한 복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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