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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May 09. 2016

푸른 하늘과 맞닿은
숲속산양목장에서 - part 1 -

뚜벅뚜벅 취재일기

흐드러지게 핀 꽃이 마음을 싱숭하게 하던 계절도 어느새 지나버리고 봄인지 여름인지 아리송한 계절이 왔다. 눈 두는 곳마다 초록이 짙어지고 이마 위로 내리쬐는 햇살에 절로 눈이 감긴다.


취재 날짜를 잡았다가 비 소식에 한번 취소를 하고 고르고 골라 잡은 날에 또 비 소식이 들려오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떠나기 전날 일기예보를 백번쯤 확인했을까. 촉박한 마감 일정으로 더 이상의 걱정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비바람 부는 풍경이라도 찍어오겠다며 촬영팀과 출발을 한다.


오늘의 취재지는 전북 임실의 '숲속산양목장'이다. 처음 보는 산양은 어떤 모습일까? 혹시나 달려와 뿔로 받아버리면 병원으로 데려다는 주겠지? 산재처리는 해주려나? 온갖 상상을 하며 그곳으로 향한다.

취재지에는 늘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주변을 돌아본다. 차 없이 뚜벅이로 취재를 다니다 보니 혹시나 약속시간에 늦을까 염려하는 마음 반, 올라오려고 예약해 놓은 빠듯한 차 시간에 그 좋은 경치를 보지도 못하고 인터뷰 장소만 겨우 보고 오는 것이 아까운 마음반이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한참이나 더 타고나서야 산골 작은 마을 신덕면에 도착한다. 다행히 서울과 다르게 임실의 날씨는 눈부시게 좋다.

숲을 병풍 삼은 작은 교회가 보이고 전날 비가와 제법 물이 불어난 계곡에 졸졸졸 소리까지 예쁜 시냇물이 흐른다. 물 옆으로 노랗게 오종종 피어있는 꽃들의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마을 초입 커다란 정주 나무 밑에 털썩 자리를 잡는다. 촬영팀은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겠다 연락이 왔고, 난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으니 지금부터는 온전히 내 시간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할 멋진 풍경을 가만히 눈에 담아본다.

지독히도 여행을 싫어하는 나였다. 새로운 곳이 싫었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직업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직장생활 10년 차다. 그래도 이런 찰나의 순간들에는 내 직업에 감사함을 느낀다. 취재가 아니었다면 평생 들를 일 없는 동네였겠지.

서울서부터 어깨와 머리에 달고 온 근심과 걱정거리들을 툭툭 털어 본다. 몇 시간 후면 다시 그곳에 돌아가 있겠지만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음에 또 감사한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관광지도 아닌 시골마을에 낯선 여자가 한참이나 서성이며 사진을 찍는 것이 이상했나 보다. 동네 어르신들이 말을 걸기 시작하신다. "어디서 왔어요? 누구 찾아왔어요? 사람이 없어요? 불러줄까요?" 시골의 따뜻한 관심에 활짝 감사인사를 전하고 다시 전투적인 나로 돌아간다. 일하러 왔으니 이제 일을 해야지!


오늘 취재할 임실산양유 목장의 문을 두드린다.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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