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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May 10. 2016

푸른 하늘과 맞닿은
숲속산양목장에서 - part 2 -

뚜벅뚜벅 취재일기

숲속초원목장은 넓고 한적하고 조용했다. 묶여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산양들이 행여 주변의 밭이나 과수농가에 피해를 줄까 염려스러워 아무에게도 방해되지 않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만한 장소를 찾는데 수년이 걸렸다고 한다. 5만 평이 넘는 산 전체가 오롯이 목장으로 쓰이는 그런 곳이다.


산양은 초식동물 중에서도 나무를 즐겨먹는 목초 동물이다. 성격이 워낙 양반 같은 녀석들이라 땅에 주는 밥도, 땅에 난 풀도 즐겨하지를 않는다. 고개를 들고 뜯어먹어야 하는 나무를 제일 좋아하고, 땅에 있는 풀을 먹을 때도 위에 있는 순만 똑똑 끊어 먹는다. 소가 지나간 자리는 일부러 풀을 베어 버린 양 흙이 보일 정도로 말끔해지지만 산양이 지나간 자리의 풀들은 윗부분의 순만 끊어져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에게 낯을 가리는 것 못지않게 음식에도 낯을 가리는 성가신 성격을 가진 나는 취재를 가기 전까지도 산양유 맛을 보지 않고 있었다. 소문으로 산양유 특유의 냄새가 있다는 것을 익히 들은 터라 선뜻 먹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주인장은 시작 전에 산양유 맛은 보고 시작해야지 않겠냐며 갓 생산한 신선한 산양유 한 컵을 건넨다. 엄숙해 보일 정도로 비장하게 산양유의 맛을 본다. 일반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보다 살짝 달큼한 맛이 난다. 특유의 산양취가 느껴진다. 하지만 역한 정도는 아니다. 굳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모르고 마실 수 있다. 여름에는 산양취도 덜하단다. 겨울에는 특히나 심해진다고 하니 그때 맛보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산양유는 우유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내게는 잘 맞는 음식이라고 한다. 유당불내증이라고 하는데 유당의 분해와 흡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우유를 마시면 설가 나고, 가스가 차는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산양유는 일반 우유에 비해 이 증상이 현저히 적다고 한다. 또 그 성분이 모유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일부러 찾기도 한다.  


산양들은 강아지처럼 주인의 말을 잘 따른다. 제법 덩치가 있는 녀석들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모양새가 신기하다. 평화롭게 놀다가도 비행기 소리가 나니 다들 혼비백산해 축사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한다. 사진을 찍는 도중 달아나버리니 난감하다. 주인장은 기다려보라며 큰 소리로 산양들을 불러 모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 멋쩍은 듯 축사에서 쭈뼛쭈볏 나오더니 금세 다시 주인장 곁으로 몰려든다.

주인장은 130여 마리의 산양들을 일일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우유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녀석은 이쁜이, 눈빛이 매서운 우두머리는 깡패, 애교가 많아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 녀석은 재동이. 어떻게 이 많은 산양들의 이름을 다 아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주인장은 산양이 갓 태어난 순간부터 인공포육을 한다. 2년을 돌봐야 젖을 짤 수 있고 그 후로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5년 동안 젖을 짠다고 하니 이름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다. 산양을 자식 돌보듯 살뜰히 돌보는 그의 눈빛에서 뚝뚝 꿀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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