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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May 11. 2016

푸른 하늘과 맞닿은 숲속산양목장에서 - part 3 -

뚜벅뚜벅 취재일기

큰 녀석들을 다 보고 나서 태어난지 두 달 된 아기 산양들을 보러 간다. 강아지만 한 것들이 색은 눈처럼 하얗고 날씬하게 잘빠진 다리와 하늘을 향해 쫑긋 서있는 귀가 무척이나 귀엽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아 놀아달라며 마구 달려드니 오히려 사람들이 도망 다니기 바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녀석 중 몇 마리를 우리에서 풀어준다. 꺼내놓자마자 통제불능의 신난 망아지들이 되어버린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통에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목장 주변에 걸릴 것도 막을 것도 없으니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당황한 나를 보고 주인장은 껄껄 웃으며 녀석들을 홀릴 수 있는 극강의 무기를 쥐어준다. 우유통! 우유통을 들자마자 갑자기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된 듯 산양들이 내 주위로 몰려든다. 이리로 가면 이리로 따라오고 저리로 가면 저리로 따라오고. 내가 든 것이 빈 우유통이란 걸 눈치채기 전에 얼른 사진 몇 장을 찍는다. 빈 우유 꼭지를 신나게 빨아대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모든 취재를 마무리하고 여유롭게 그늘 밑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온다고 일찌감치 준비를 해놓으셨는지 살짝 갈색이 되어버린 사과와 바나나를 내오신다. 손님을 맞는 그 마음이 따뜻하다. 과일과 산양유로 만든 요구르트가  함께 하는 수다 시간은 즐거웠다. 이야기를 좀 이어 갈라 치니 어린 녀석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몰려든다. 입고 간 옷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종아리며 허벅지를 주둥이로 찔러댄다. 우유를 달란 뜻인가. 모른척하면 더 강렬히 나를 괴롭힌다. 옆으로 다가와 먼저 치근대는 것이 꼭 강아지 같기도 하고, 눈치 없이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오로지 한 가지 목적인 우유를 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그 단순함이 문득 부러웠다.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과 너무 복잡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뛰고 구르고 소리 질렀던 게 언제였나.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단순한 생활이 그립다.


취재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그곳에 서있었다.

풍경도 바람도 단순하니 복잡했던 내 생각들도 단순해지는 기분이었다.

생각의 무게를 조금은 털고 덜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 없는 어린양 처럼 살아야겠다.

오늘도  낯선 길에서 소중한 인연과 작은 깨달음, 찰나의 여유를 배운다.




뚜벅뚜벅, 뚜벅이로 다니는 전국 팔도 취재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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