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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Nov 03. 2016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또 가을이 그립다

소소한 행복 한 자락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난 다음날

분주히 떠날 준비를 하는 네가 보인다.  

사람들의 옷은 두터워져 한없이 동글동글 해지는데,

길가의 나무들은 너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앙상히 옷을 벗어둔다.


이렇게 또 네가 가려나 보다.

너와의 이별 뒤 찾아올 서늘한 아침 공기가 싫어 한없이 이불 속을 파고들어 보지만

멈추지 않는 시간을 따라 자꾸만 멀어져 간다.


한잎 두잎 네가 떨어진다.

무엇하러 이렇게 일찍 가느냐고, 찬란히 빛나는 햇살과 함께 잠시만 더 머물다 가라고,

나가는 너의 소매 자락을 붙잡고 싶다.


너를 온전히 느끼기엔 우리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너의 속도에 발 맞추기엔

미련 많은 내 성격이 따라가질 못한다고

아쉬움을 삼키며 이별을 준비한다.


무심히 떠나는 너의 뒤에 대고

내년엔 조금 더 일찍 찾아와

어제 같이 눈부시다가 나를 위해 조금만 더 천천히 가라고 속삭여본다.


아름답게 빛났고, 무엇보다 풍요로웠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애써 담담히 너를 보낸다.


가을아... 안녕... 내년에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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