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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Jul 08. 2017

한 여름날 겨울 생각


새벽까지 비가 내리더니

종일 날이 덥다.

축축 쳐지는 몸을 일으켜

노트를 펼쳐 들고 겨울을 떠올려 본다.


공기마저 하얀 겨울날이면

커다란 잠바 속에 구깃구깃 몸을 집어넣고

두툼한 목도리를 칭칭 감는다.

행여 바람이 새어 들어올까

신발 속 발가락을 한껏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친다.

녹다만 눈은 질척거리며 걸음을 잡고

미끄러운 길 위로 넘어질까 봐 한껏 긴장을 한다.

괜스레 허공에 호호 입김을 불어 보고

양손을 슥슥비벼 차가운 볼에 갖다 대며 

잠시나마 추위를 잊어본다.


담벼락 위 아무도 만지지 않은

하얀 눈이 예뻐

한 움큼 집어 꼭꼭 뭉쳐보다가

손 끝에 느껴지는 차가움에 놀라 멀리 던져버린다.

빨개진 손을 깊숙한 주머니에 찔러 넣고

꼼지락꼼지락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한여름 뜨거운 선풍기 바람 앞에 앉아

상상 속 지난겨울을 만난다.


오늘 정말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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