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초코크런치쿠키 이야기

1-1. 초코크런치쿠키의 밤

by MoA

Part 1. 중독을 만드는 마음의 구조

1-1. 초코크런치쿠키의 밤


여기에 한 초코크런치쿠키가 있다. 초코크런치쿠키는 외로웠다. 외롭다는 단어의 뜻을 알기 전부터 외로움은 내 옆에 있었다.


부모님은 가게를 하셔서 매일 귀가가 늦으신다. 언제부터인가 혼자서 저녁을 먹었다. 무슨 맛인지 모르고 기계적으로 먹는다. 집에 들어오면 느껴지는 적막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TV를 틀어놓아도 그 적막이 사라지지 않는다. 부모님이 들어오시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새벽까지 컴퓨터게임을 하곤 했다. 새벽에 들어온 부모님의 언성이 높아졌다. 가게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너무 무서워서 이불 속에 들어가서 벌벌 떨었다. 그냥 얼른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학교 선생님이 하는 말이 언제부턴가 귀에 잘 안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잘 알아듣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것 같다.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앉아있을 때가 많다. 빨리 집에 가서 게임을 하고 싶다. 게임을 하는 것이 학교에서 하는 공부보다 재미있다. 열심히 하면 레벨이 올라서 많은 적을 죽일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나보다 게임을 못한다. 게임을 잘하니까 친구들이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한다. 어깨가 으쓱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날, 친구가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여줬다. 게임처럼 보이는데,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너 게임 잘하잖아. 이것도 금방 이길 걸?” 그냥 뽑기 같은 게임이었다. 오늘 받은 용돈 만 원을 충전해서 눌러봤다. 화면이 반짝이더니 30만 원이 되었다. 함께 보던 친구들이 환호했다. ‘역시 나는 게임을 잘해.’ 그런데 몇 번 더 누르자 번 돈이 다 사라졌다. 한 번만 더 하면 금방 본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친구에게 10만 원을 빌렸다. “하루에 만 원만 이자를 내면 돼. 너 게임 잘하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졌다. 빌린 돈이랑 이자가 점점 늘어났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텐데…’ 그렇게 돈을 갚으려고 게임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빚이 50만 원이 넘게 되었다. 친구가 표정이 달라졌다. “내일까지 안 갚으면, 형한테 말할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너무 막막하다. 초코크런치쿠키는 겉은 바삭해도 속은 물렀다. 외로움이 그 바삭한 틈 사이로 스며들기 쉽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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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크런치쿠키는 겉은 바삭해도 속은 물렀다. 외로움이 그 바삭한 틈 사이로 스며들기 쉽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부마안 TIP — 혹시 이 글을 읽으며 네 이야기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면, 혼자 버티지 말고 가까운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봐. 중독이나 정서 문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마음의 구조’ 문제라서, 전문가와 함께하면 훨씬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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