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상정

by MOAI


"베풀기로 결정했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주고 잊어버려야 합니다.


동시에 베풀 수 있을 만큼의 무언가가


내 안에 있고 또 베풀 수 있는


상대가 있음에 감사하세요.


대가가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말고 줄 수 있다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세요.


이런 마음가짐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의 관계에 좋은 운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정일, 오래된 비밀 >





사회생활을 하며


존경하는 한 선배가 있습니다.


같이 일하던 어느 날,


타 부서에서 도움 요청이 왔습니다.


자신 일이 바쁘면 겨를이 없다고


거절을 하는 것이 보통의 우리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선배는 선뜻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지금 바쁜 일이 있는데, 괜찮으세요?"

옆에 듣고 있던 제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인지상정人之常情이잖아.


얼마나 바쁘면 도와달라고 하겠어.


다른 뜻 생각하지 말고, 도와주자.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있든 없든) 나중에 도움받을 수 있고,


불가피하게 도와달라고 할 때가


생기면 말 꺼내기 좀 수월해지기도 하니까."


처음에는 수긍이 가지 않았지만,


오히려 도와주고 난 후, 마음 한편으로


편안해졌습니다.


일을 떠나 사람으로서


도리를 챙겼기 때문이에요.


hand-4362651_1280.jpg?type=w773 도움의 손길

얼마 전 치킨 사업하는 친구에게


전화로 SOS가 왔습니다.



(몇 년 전 저는 친구 가게에서


3년간 근무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일 좀 도와줄 수 있어?


갑작스럽긴 한데, 직원이 저녁에


휴가를 가야 해서 사람 손이 부족하네."


"그래? 몇 시까지 가면 돼? "

"저녁 8시까지 오면 돼."


게다가 이날은 말복이라



사람 손이 필요했던 때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선뜻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친구 가게로 향했습니다.


주말 저녁 바쁘게 보냈지만,


덕분에 친구와 오랜만에 손발도 맞추며


즐겁게 일하고 왔습니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문득 과거 선배 말이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바쁘면 도와달라고 했겠어."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도 고민하다가


직원이 그 친구분에게 전화해 보라고 해서


했다고 합니다.


일을 마친 뒤에 친구는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일분일초도 고민 없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고마웠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그런 것 같고 그래.


너도 나 힘들 때 도와줬잖아.


다 돕고 사는 거지 뭐."




사람 간의 일이 그렇습니다.


눈앞에 누군가 힘겨운 모습이나


기쁜 상황을 보거나 알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것이 사람 간의 도리이고,


그 사이에 양심이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반증일 테지요.


앞만 보고 살다 보면 갑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시 옆이나 뒤, 위를 바라보면


보이지 않았던 풍경도 바라보게 되죠.


사람 간의 베푸는 일이 그렇습니다.


돈벌이에만 치중했던 삶에서


조금은 숨 쉴만한 공간을 마련해 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