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행위는 뭔가를 덜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움은 자신을 내려놓은 것이며 자기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여백이 있는 공간을 만들면 신기하게도
그 빈 공간을 다른 무언가가 채우기 마련이다.
반대로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 하다가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를,
나는 정말이지 수도 없이 목격했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
집에 작은방 하나가 있습니다.
그 방은 책상과 오픈형 옷장 및 각종 잡다한 것들이 있는 곳이죠.
평소 퇴근하면 옷을 갈아입고 나온 곳이기도 해요.
지난 토요일 주말 아침,
평소처럼 일어나 커피 캡슐을 가지러
그 작은방에 들어갔습니다.
아침부터 무슨 날벼락인지 방 안 바닥에
제 옷들로 널브러진 채 쏟아져 있더군요.
옷장의 걸이가 겨울옷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채 밤새 안녕을 고했습니다.
작년에도 일어났던 일이라
조심하며 옷을 걸고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무거운 옷을 마구 걸었다가
또 이 사달이 났습니다.
부러진 걸이를 분리하고
나사로 풀어서 사용하지 않는 걸이로
교체해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쏟아진 것은 이미 지나간 일,
대신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쏟아진 김에 옷을 정리하며 무거운 옷은
장롱으로 옮기고 일부는 세탁기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나 눈으로도
한결 가벼운 편한 옷장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케케묵은 옷들도
이번 기회에 정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장롱에도 입지 않는 옷도 꺼내어
연쇄적으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옷을 정리할 때,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더니
아내를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아까워하지 말자. 오래 잘 입었으면 됐어.
이제 작별 인사를 하자고."
<출처: 뉴키즈 온 더 블록>
부러진 걸이를 보며,
버틴다는 게 이렇게 한순간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스스로 괜찮다며
밀어붙이는 것은 없는지 뒤돌아 보게 되더군요.
덕분에 주말 이틀은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부족한 잠도 채우고 하며 쉬는 데 전념했습니다.
개그우먼 박미선은 최근 한 방송에서
우리는 쉬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쉬는 날엔 어떻게 해서든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가는 것,
그게 쉬는 건 줄 알았어요.
쉬는 날 뭐 하는지 물어보면 다들 여행 가거나
골프 친다 그래요. 근데 그거, 계속 몸을 쓰는 거잖아요.
그건 쉬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이어서 몸이 오는 신호를 귀담아들으라 하였습니다.
잘 쉬는 것은 몸을 써서 쉬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라 강조했습니다.
무엇을 집중 있게 매진할 때
조금만 더 하자고 끊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지금 안 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스스로를 밀어붙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잠을 자야 할 때를 놓치면
그 피해는 다음날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옵니다.
그때 몸이 자라고 할 때 자 둘걸 하고 후회를 합니다.
몸은 잠으로 아침을 비운 채 시작했다가
채우고 다시 비우기를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웃으며
지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버티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부러지기 마련입니다.
잘 유지하기 위해서 제때 비워두려고 해 보세요.
건강해야 다음이 있고 다시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