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사이에 이덕무를 읽고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주리오!

by 도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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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비 오는 날 시내버스 안에서 비에 젖은 창문의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무심히 보고 있을 때였다. 버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그 누구도 건드려 주지 못했던 내 귓속 그 깊은 곳을 깊게 울려주었지. '시인의 마을' 고1 때였던가 고2였던가. 그 후로 60을 넘도록 평생을 따라왔네. 지난 유월 세종문화회관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서 콘서트 같은 곳 잘 안 다니는 나에게 아내의 강권으로.... 그런 곳은 인생 처음...)에 쭈볐거리며 갔었지 공연 말미에 누군가 큰소리로 그랬다 '고마워요~!. 속으로 내 말이! 했지.


그 무렵 텀블벅에서 샀던 책들 틈틈이 잃고 있다. LP음반은 미개봉인 채로 대기 중이시다 (천천히 아껴 들어야지) 사생펜이라면 영구보관용, 전시용, 플레이용으로 각1개씩 3세트 구입한다는데 그랬어야 옳았나? 벼르고 벼르다 작년에 도전했던 이반 일리치 전집 읽기. 그의 노래시집에서도 이반 일리치를 발견하게 된다. 반갑다.


'이덕무를 읽다'에서 이덕무의 스승이자 벗이었던 연암 박지원의 호곡장론 好哭場論을 읽었다.

"한바탕 울 만한 곳이로구나! 가히 한바탕 울 만한 곳이야!" 대목에서 울음을 춤으로 바꿔 춤출만한 곳으로 바꾸어도 되지 않을까? 했네. 춤 보다야 대성통곡이 훨씬 더 원초겠지만.


사람들은 단지 칠정七情 가운데 오직 슬픈 감정만이 울음을 자아내는 줄 알 뿐 사실 칠정七情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알지 못하네. 기쁨이 지극해도 가히 울 수 있고, 노여움이 지극해도 가히 울 수 있고, 욕망이 지극해도~ 중략~ 울음이란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서 우레와 비교할 만하지. 지극한 감정이 바깥으로 드러나 나오는 것이 저절로 이치에 맞는다면 울음과 웃음이 어찌 다르겠는가. 박지원의 호곡장론 好哭場論 중


나도 호곡장 好哭場 한 두 곳 있었으면 내 생에 그런 벅찬 감동 있었던가....


9월 초순에 내 마당에서 조그만 장터를 열어 국밥 부침개 끓이고 부치고, 사주풀이, 투전놀이, 봉산탈춤 배우고 짧은 탈춤공연도 해보고... 아무튼 그리 놀아보기로 지인들과 준비 중이다. 길 건너 동네책방 '능내책방'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좋다 ( 내가 말뚝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말고) 통곡을 하던 대소를 하던 지극한 감정으로 신명 나게 한 번 춤을 추어보는. 인생의 참스러운 한 순간이 되길 바라지.... 그러다 혹 나 지극한 대성통곡을 터트릴지도 모르지? 응! 얼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주리오~~~


아무튼 오늘 내 아침 독서 테이블은 노래시집 '집중호우 사이'에서 작고 붉은 농게들이 일제히 튀어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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