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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씨 Jun 13. 2023

행복과 평정심

행복과 평정심     


동아시아권에서 영어 단어 ’Happy‘를 ’행복’이라는 단어로 번역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라 한다. 일본에 의한 일본식의 번역과 결과이다. 비슷한 단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는 최근에(19세기는 최근이다) 생겨난 개념이며 ‘행복해지고 싶다’라고 행복에 가치와 목표를 두는 행동은 ‘서양문화’의 영향으로 인한 동아시아권의 최근의 관습이다.     

 

서양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부터 인생의 최고 목표와 가치의 자리에 ‘행복’을 등극시켰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생 최고의 목표는 행복’ 이라 했을 때 그 행복이 대체로 쾌락(즐거움)과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는 지금의 의미와는 달랐다고 한다. 일종의 ‘탁월성’의 개념으로, 타고난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하는 상태를 말한 것이다. 현대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의 개념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인데 대체로 쾌락과 통하는 이야기이고 우리 현대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행복‘에 대한 개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양권에서는 ‘자신을 갈고닦는 수신 修身’과 그 과정에 가치를 둔 유교의 가르침과 불가의 ‘자비와 평정심’을 최고의 목표와 가치로 삼았다. 불행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자신의 마음가짐. 불행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유교나 불교나 지나친 행복 추구는 ‘욕망’으로 해석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였다.   

  

행과 불행에 대한 음양오행의 사상을 잘 표현한 새옹지마 塞翁之馬의 가르침에 의하면, 행복과 불행은 번갈아 오며, 행복의 원인이 되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며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행복만 있는 삶은 없으며, 불행만으로 채워진 인생도 없다, 행복은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고, 불행 속에 행복도 있다는 것이 오랜 세월을 이어온 동양의 통찰이었다. 행복과 불행이 막상 내게 닥쳤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새옹지마의 교훈에서 읽어 낼 수 있는 핵심이다.   

  

은혜를 입는 중에 재앙이 싹트는 것이니, 한창 의기양양할 때 일찌감치 돌이켜 반성해야 한다. 실패 뒤에 오히려 성공이 따를 수 있으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채근담-

     

겨울 지나면 봄이고 달도 차면 키운다. 화사한 꽃 한철이고 폭풍 뇌우도 한때이다.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삶의 자세를 유지하며 일희일비에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고 행복에 도달하는 길이 아닐까?

    

‘Proud Mary’ 영국 가수 톰 존스가 불렀다. Rolling Rolling Rolling on the river!. 톰 존스 장기간 흥행하며 존경받는 대중음악가로 말년을 행복과 평정한 상태로 보내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모 가수가 번안해서 불렀고 한때 히트송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라고. 그 가수 근래 별로 안 평정한 듯하다. 가정의 문제로 구설에 자주 오르고, 재능과 창작의 문제(그림 대필)로 송사에까지 휘말렸다. 돌고 도는 인생에 대한 대비나 지혜가 부족했을까? 재능과 재물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과했던 탓이었을까? 아무튼지 돌고 도는 인생에 이제 그 예술인 어려움을 딛고 온화하고 평정한 마음을 갖추었길 바래본다.     


전쟁에서 승리한 다윗 왕은 궁중 세공인을 불러 자신을 위한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라고 하는데 특별히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과 행복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보며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 동시에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의 문장을 새겨 넣으라 명령했다. 오랜 시간 고민하던 궁중 세공인은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솔로몬은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문장을 주었다.    

 

희와 비를 대하는 지극한 평정심. 가족과 형제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본인의 18년의 유배라는 불행과 고난 속에서도 마음을 다스린 다산 정약용의 평정심이 600권의 위대한 저작들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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