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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씨 Jul 17. 2023

일요일 아침 젖먹이가 사라졌다.

일요일 아침 젖먹이가 사라졌는데, 울어야 할지 춤을 추어야 할지, 못되게 쌍욕을 뱉어야 할지.


젊은날의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나나 아내나 한 참 왕성하게 제 밥벌이와 커리어에 몰두하던 나이였다. 게다가 당시 우린 주말 부부였고 육아까지 겹쳤으므로 어쩌면 일생에 가장 곤한 시기였었다. 일요일 아침은 해가 중천을 지날 즈음이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하던 그런 때였다.


평소 일요일 아침보다 한참을 이른 시간이었는데 잠결에 문득 불편하고 허전한 기분이 몰아치는 바람으로 순간 눈을 번쩍하고 뜨게 되었다. 옆에 있어야할 젖먹이 아들녀석이 없었다. 이제 겨우 배밀이를 시작한 녀석인데. 기어다니는 흉내 조차 못내는 녀석이 어디로 순간이동 했단 말인가? 하며드러누운 채 황급히 머리를 들어 두리번 거리다 왼쪽 옆자리의 아내 뒤통수에 원치않는 박치길 해버렸다. 원하는 박치기가 있을랴만 어쨌든 원치않는 박치기였다.


난데 없는 박치기에 뭐라 중얼거리며 돌아 누운 아내는 베게에 코를 박은 자세로 전환할 뿐 잠에서 깨어날 기색이 없었고, 동시에 발생되었을만한 불호령도 없었다. 그건 다행이라 싶어 놀란 가슴은 이내 진정을 찾았지만 나는 눈두덩이를 부딪쳤던 바람으로 그 뼈언저리에 불이 화~악! 붙는듯 했다. 눈에는 노란색인지 보라색인지 분간이 되지않는 동그라미들이 마구 뒤얽혀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번쩍거리기를 무수히 반복하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설마 눈두덩의 뼈가 함몰되었으랴 싶을 정도의 강한 타격감과 통증에 눈물까지 튕겨나온 곳을 황급히 문질러가며 젖먹이 아들녀석을 찾는라 분주히 두리번 거렸는데 그럼에도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잠의 무게가 여전히 남아있는 나른한 몸에 불상의 충격과 과도한 통증과 몰아치는 불안감이 뒤엉켜 뭐 하나도 제대로 된것 같지 않은 난잡한 세상이었다. 


아내가 잠결에 머라 중얼거리며 돌아누웠다. 그 광경 마저 사람을 고문하듯 괴롭혔는데, "먐먐먐먐"인지 "뱡뱡뱡뱡"인지 괴이한 소릴 내며 "츄릅! 쩝쩝!"하는 소리까지 추가로 합세 했다. 이내 손등으로 입가를 문질렀는데 돌아 눕는 얼굴 전면에 배게의 문양들이 들이 어지럽고 붉고 선명하게 프린팅되어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또한 난잡하게 얼굴 여기저길 덮었는데, 입가의 침자국 위를 덮고 지나던 머리카락 몇 올은 입속으로 이미 밀려들어 간듯했다. 외설? 공포? 여간 그 표정만은 행복해 죽을 지경이다.


그 일요일의 온화한 아침 햇살아래 벌어진 처참한 풍경을 목격하고도 나는 아이 찾기가 급했고 통증은 여전했고 불안감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으므로 '저것이 괴수인가 인간인가?' 혹은 '저것이 외계 어드구석에서 날아들었길래 이다지도 흉측한 꼴을 가지고 태어났단 말인가?' 하는 생각 따위를 떠올렸을리는 없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절대 그랬을리는 만무하다.


황급히 거실로 뚝하고 뛰쳐나갔다. 텅빈 거실엔 커튼을 투과하는 이른 햇살이 은은하게 가득했고 평화로왔지만 여전한 불안감은 공포감으로 진화되고 있었다. 심장은 호흡곤란지경으로 쿵쾅거리고 있는데. 침을 삼키는 목줄기가 컥컥 역류하는 듯했는데. 짙은 연두빛 패브릭 쇼퍼와 베란다 출입문 사이의 좁은 틈에서 앙증맞은 소리가 들여온다. "마마마마" "바바바바" "아앙!"


쇼파 옆 남은 공간 유난히 따뜻해 보이는 곳,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두다리를 들어 올린채 바둥바둥하고 있었다. 한쪽 발가락은 맑은 침물이 흥건했고,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포근해서 노랗게 보이지만 푸른 신비감이 같이하는 빛 한줄기를 잡으려는 듯 동글동글한 손가락들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 이마는 환한 우유빛이 정갈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동그란 얼굴이 함박으로 웃고 있었는데, 꽃잎인지? 의심나는 그 입술이 "마마마마" "바바바바" "이힛!"하고 있었다. 순간, 긴장이 "탁"하고 스스로 내려앉았다. 나는 그냥 꺼이꺼이 감동의 눈물로 울어야 할지, 버럭버럭 주체 못할 화를 부리며 쌍욕을 내어야 할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 것이. 


내 인생에 정말 행복한 순간이 포착되었는데 말이지 '마마마마' '바바바바'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라 주책맞게 따라하며 그 빛줄기를 함께하며 잡을랑 춤을 추고 싶었는데 말이지...세상에, 황급히 거실로 뛰어나오다 오른쪽 새끼 발가락을 문틀에 부리나케 치여버렸다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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