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질문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내가 왜 창업을 결심했을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내 능력으로 무언가를 일구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이었지만, 문득 그 본질적인 시작점이 어디였을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잊고 있던 하나의 연결점이 떠올랐습니다.
2006년, 스무 살의 저는 큰 교통사고로 전치 16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4개월간 입원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6인 병실의 시계는 유독 느리게 흘렀고 주로 만화책과 그림으로 시간을 달래던 제게 지인께서 책 두 권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호암 이병철과 빌 클린턴의 전기였습니다.
저는 왠지 모르게 끌렸던 호암의 책을 먼저 집어 들었고, 삼성전자 초기 창업자의 일대기를 쭈욱 읽어 내려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과연 20살 병동에서 읽은 그 책이 정말 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일까?
책을 읽는 한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법한 대목입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저 한 창업가의 성공담을 재미있게 읽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이란 시공간을 초월해 앞서간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특정 장소, 즉 외부와 단절된 병실이라는 공간에서 읽었기에 그 활자들이 무의식 깊은 곳에 더 또렷하게 박힌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도 끊임없이 책을 찾아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낯선 이의 삶과 지혜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나의 무의식과 만나 예상치 못한 시점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2020년, 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그 마음의 뿌리를 찾아가 보니 결국 20년 전 그 병동에서 읽은 거인의 발자취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창업은 어느 날 갑자기 내린 결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고라는 예기치 못한 멈춤의 시간 동안, 무의식 깊은 곳에 조용히 자리 잡았던 그 씨앗이 긴 시간을 지나 비로소 싹을 틔운 것이 아닐까요.
책 속에 담긴 타인의 삶이 결국은 '나'라는 세계를 구축하는 데 보이지 않는 밑거름이 되어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