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항된 공항에서 항공사를 창업한 사나이
1978년의 어느 날, 푸에르토리코 공항의 대기실은 지독한 습기와 승객들의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중심에는 28세의 청년 리처드 브랜슨이 있었다. 당시 그는 버진 레코드라는 작은 음반사를 운영하며 제법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항공사 운영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 '음악쟁이'일 뿐이었다.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인 조안(Joan)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무려 3주간의 생이별 끝에 성사된 만남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이륙 직전, 아메리칸 항공의 기장이 청천벽력 같은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본 항공편은 예약자가 정원의 50%도 차지 않아 취소되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모두 내려주시고, 내일 아침 7시 비행기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었겠지만, 조안을 만나기 위해 일 분 일 초가 급했던 브랜슨에게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횡포였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짐을 챙겼고, 몇몇은 바닥에 주저앉아 항공사를 저주했다. 하지만 브랜슨의 머릿속에서는 분노를 넘어선 기묘한 야심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브랜슨은 곧장 공항 뒤편의 전세 비행기 업체로 달려갔다. "BVI까지 가는 비행기 한 대 빌리는 데 얼마요?" 업체는 2,000달러를 불렀다. 당시 브랜슨에게는 그만한 현금이 없었다. 그는 속으로 "제발 신용카드 한도가 초과되지 않았기를" 간절히 빌며 덜컥 서명했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비행기 대여비를 분담해 줄 '동료'들이었다. 그는 공항 구석에서 낡은 칠판 하나를 구했다. 그리고 분필로 큼지막하게 적었다.
"버진 항공(Virgin Airways): BVI행 편도 단돈 39달러"
그는 칠판을 높이 들고 승객들 사이를 누비며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여러분,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실 겁니까? 여기 단돈 39달러면 지금 당장 조안... 아니,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비행기가 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발이 묶였던 승객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돈을 내밀었고, 순식간에 비행기 좌석은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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